지난 20일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의 지하철역이 출근하는 직장인들로 붐비는 가운데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의 인력난을 반영하듯 채용 공고가 역사 내 기둥 광고판마다 걸려 있다. /성남=권욱기자
지난 20일 오전10시 신분당선 판교역. 광교행 열차의 문이 열리자 한꺼번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네이버·카카오(035720)·엔씨소프트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몰려 있는 판교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린다. 회사를 향해 1번과 4번 출구로 종종걸음을 하는 인파 사이로 ‘개발자’ ‘채용’ ‘상시모집’ 등의 문구가 걸린 구인광고가 속속 눈에 띄었다. 에스컬레이터 옆 벽면도, 역사 내 기둥도 대부분 ICT 기업들의 개발자 채용 광고 차지였다. 출근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이 기둥에 붙은 채용공고를 힐끗 보며 지나치는 가운데 아예 멈춰서 꼼꼼히 광고 문구를 읽는 사람도 있었다. 판교역 광고 담당자는 “23일부터는 네이버 경력 개발자 채용광고가 설치된다”며 “한 기업의 채용광고 게재가 끝나면 바로 다음날 다른 기업의 채용광고가 붙을 정도로 구인광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디지털뉴딜’ 사업을 추진하면서 데이터·네트워크·인공지능(DNA) 중심으로 ICT 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인력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접목하거나 아예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기회들이 속속 포착되지만 정작 기업들은 인력 미스매칭 현상으로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호소한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ICT 산업의 선두주자들마저 “인공지능(AI) 기술 같은 경우 한두 달 뒤처지면 시장에서 영영 도태될 수 있는데 인재가 모자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며 “핵심인재를 구할 수만 있다면 적진의 심장에서라도 데려온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인재 구하기에 뛰어들고 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18년 오는 2023년까지 DNA 산업에서 부족한 인재가 3만8,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불과 2년이 지난 현재 각 분야의 DNA 산업이 본격 성장하면서 기업들이 체감하는 인재부족 현상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분야의 사업기회가 폭발적으로 열리고 있어 신사업에 나서려는 기업들의 인재부족 현상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을 대표하는 ICT 인재들이 모이는 ‘판교밸리’에서조차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까지 구인광고를 내고 다른 기업의 인재를 웃돈을 주고 빼 오는 일도 서슴지 않는 치열한 ‘인재 구하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판교=정혜진기자 made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