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하수처리장 '청계천하수처리장', 역사관으로 변신한다

옛 청계천하수처리장 자리에 들어서는 ‘청계하수역사체험관’ 실내 조감도 /사진제공=서울시

국내 최초 하수처리장인 청계천하수처리장이 역사관으로 부활한다. 기존의 오래된 건축양식과 내부 하수펌프장, 주변 생태습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 하수처리 현장을 체험할 수 있는 역사관으로 조성된다.

서울시는 폐허로 남겨진 청계천하수처리장을 옛 하수처리 방식을 재현한 현장 역사관으로 조성한다고 22일 밝혔다. 역사관에서는 오래된 건물 천장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빛줄기, 펌프시설에 고인 지하수가 반사하는 빛의 잔물결, 그 배경이 되는 기계로 가득 찬 어두운 공간, 유입관로를 통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소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청계천하수처리장은 1970년 착공해 1976년 준공됐다. 건설계획은 1962년 수립됐지만 재정이 부족해 국제개발처(AID) 차관 350만달러를 받아 공사를 개시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시설이 증설됐고 2005년 중랑하수처리장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중랑하수처리장이 2007년 현대화사업을 거치면서 기존 청계천 하수처리장 시설은 대부분 철거됐고 유입펌프장과 유입관로만 가동을 멈춘 채 옛 건물에 남아있다.


서울시는 국제현상설계공모를 통해 당선작으로 ‘최소의 개입’을 선정했다. 당선작은 산업화시대의 유산이자 국내 최초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 그 자체를 역사·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가치를 보존하는 절제된 콘셉트’를 제안했다.

핵심시설인 하수펌프장(984㎡)부터 건축적 개입을 최소화해 원형을 최대한 보존할 방침이다. 또 관람객들이 처리장 내부를 관통하면서 하수펌프장의 단면을 체험하고 하수처리 작동 원리을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역점을 뒀다. 처리장 바깥공간(1만1500㎡)에는 생태습지를 조성해 관람객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한다. 펌프시설로 스며들어 고이는 지하수를 외부로 끌어내 습지를 조성하는 물순환 체계도 적용한다. 입구에는 카페와 기념품샵, 수유실 같은 편의시설이 들어서는 방문자센터를 조성한다.

이번 역사관 설계공모에는 국내외 총 23개팀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7월부터 약 4개월 간 진행됐다.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1차 심사로 5개 팀을 선정하고 2차 심사에서 만장일치로 최종 당선작을 선정했다. 산업시설의 문화공간화에 대한 가장 절제된 제안과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시는 내년 8월까지 역사관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마무리한 뒤 내년 11월 착공에 들어가 2023년 5월 개관한다는 목표다. 장기적으로는 문화재 등록도 검토해 근대산업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고 홍보한다는 방침이다. 최진석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국내 최초의 하수처리장이 역사문화공간으로 재탄생되고 인근 하수도과학관과 연계해 학생들과 시민들의 교육의 장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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