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인프라코어 오늘 본입찰...DICC 소송, 묘수 찾아낼까

인수후보 대부분 본입찰 참여할 듯하지만
7,000억 DICC 소송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
져도 이겨도 문제... 지분 되사오는 게 유일한 해법
우선협상자, 두산측에 거래종결 이전 해결 요구할 듯


두산그룹의 운명을 결정지을 두산밥캣(241560)을 거느린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해 사업회사를 파는 방식이다. 이후 투자회사를 두산중공업과 합병시켜 밥캣을 두산중공업의 자회사로 두는 게 두산그룹이 그린 밑그림. DICC 우발부채를 투자회사로 몰아준 뒤 합병하게 되면 소송의 후폭풍을 새 인수자가 아닌 두산그룹이 온전히 떠안는 게 가능해진다.

문제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것. 우선 상장사인 두산중공업이 이를 떠안으면 기존 경영진이 배임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또 소송 당사자인 FI의 동의를 얻기도 어렵다. 상법 규정상 분할 회사는 분할 전 회사의 채무를 연대변제 해야 한다. DICC의 지분 20%를 되살 의무를 두산중공업에 두도록 하는 것은 FI 입장에선 채무의 회수 가능성을 줄이는 선택을 한 꼴이 된다.

가장 쉬운 방법은 두산그룹 측이 인프라코어 매각 종결 이전에 DICC 지분 20%를 되사오는 것이다. 2014년 FI가 투자할 당시의 원금이 3,8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에 필요한 돈은 8,000억원 안팎일 것으로 추정된다. 인수합병(M&A) 업계에서도 사실상 이 방법을 유일한 해법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FI가 우발부채의 연대변제를 포기할 리도 없고 두산중공업 이사회도 배임 문제를 감수하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낮다”며 “결국 거래 종결 이전에 인프라코어가 DICC 지분 20%를 사오는 것 말고는 우발부채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관건은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느냐다. 두산그룹 내부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쉽지 않다. 8,000억원 가량을 주고 DICC 지분을 사오면 핵심 계열사인 인프라코어를 팔아 확보하는 현금도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현재 거론되는 두산중공업이 보유하고 있는 인프라코어의 지분(35.41%) 몸값은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DICC 지분을 되사는 쓴 돈을 뺀 순매각금액이 2,000억원에 불과하다.

결국 본입찰 이후 선정된 우선협상 대상자가 이 역할을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인수 후보 측의 관계자는 “우선 협상자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거래 종결 이전에 DICC 지분 20%를 되사오도록 두산그룹에 요청하는 것”이라며 “누가 사더라도 DICC의 FI가 쥐고 있는 동반매도청구권 이슈는 거래종결 이전에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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