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시가총액 400조원 시대를 열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약(弱)달러 현상이 지속되며 신흥국 시장으로 점차 시선이 옮겨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의 경우 내년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높이며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3일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4.33% 상승한 6만7,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앞서 16일 6만6,300원의 최고가(종기 기준)를 기록한 뒤 5거래일 만에 이를 뒤집었다. 이날 장중 6만7,8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주가가 뛰면서 삼성전자의 덩치도 급격하게 불어났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402조9,603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처음으로 4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2017년 4월27일(306조1,000억원) 시총 300조원을 넘어선 뒤 약 3년 7개월 만에 100조원이 불어났다. 이날 6만1,000원에 거래를 끝낸 삼성전자 우선주(50조1,961억원)까지 포함하면 총 453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의 강세에는 내년 실적에 대한 낙관론이 뒷받침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하는 내년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46조3,235억원으로 나타난다.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37조1,419억원) 대비 24.72%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주력 부문인 반도체의 업황이 바닥을 찍고 본격적인 개선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분야는 빠른 성장세를 유지한 가운데 디램 등 메모리 분야도 내년 상반기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주를 이룬다. 이에 올해 3·4분기 18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반도체 매출은 내년 3·4분기부터 2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IBK투자증권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내년 3·4분기 반도체 매출은 약 20조5,400억원이고 하이투자증권은 약 22조원으로 추산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업황은 내년 1·4분기부터 본격 회복될 것”이라면서 “이미 평균판매가(ASP) 낙폭이 감소하고 주요 고객들의 주문 회복이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달러 약세-원화 강세’에 힘입어 외국인들이 ‘바이코리아’를 이어가는 것도 수급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 최근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13거래일 연속 매수 우위를 보이며 약 6조3,000억원 규모를 사들였는데 그 중 삼성전자 순매수는 2조6,328억원에 이른다. 이날도 외국인들은 삼성전자를 2,540억원 규모로 코스피 시장 종목 중 가장 많이 사들였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내년 초 발표할 주주환원 정책 확대와 글로벌 시장에서 저평가됐다는 분석 등도 삼성전자의 주가를 받치는 변수들로 꼽힌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목표주가 올리기가 한창이다. 이날도 IB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가를 종전 7만3,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높였고 하이투자증권도 7만2,000원에서 8만원으로 조정했다. KTB투자증권 역시 삼성전자 목표가를 종전(7만5,000원) 대비 약 4% 높인 7만8,000원으로 제시했다. SK증권은 17일 증권가 최고치인 8만7,000원으로 잡는 의견을 내놨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2021년 영업이익은 하반기로 갈수록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2021년 실적을 고려하면 여전히 저평가고 반도체 업황 개선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
한편 반도체 시장에 대한 긍정적 전망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도 크게 끌어 올렸다.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보다 3.31%(3,200원) 상승한 10만원에 마감하며 올 2월21일(10만3,000원) 이후 처음으로 10만원선으로 돌아왔다. 증권사들이 내놓은 SK하이닉스의 목표주가는 최고치가 13만5,000원이며 최저는 10만5,000원 수준이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