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타이밍 놓쳤나?...'고차방정식' 테마주에 당혹스런 개미

코로나 백신 기대감에 랠리 펼치던
수젠텍·씨젠·랩지노믹스 등 급락세
전환청구권 행사 쏟아지며 발목도
"가격 가늠자 없어 매도 시점 잡기 곤란"

화이자 /AP연합뉴스

주식시장에 백신 기대가 번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혜 기업으로 분류돼 랠리를 펼쳤던 테마주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주가 급등에 전환청구권 행사가 쏟아지면서 투자자를 당혹스럽게 만드는 사례도 등장했다. 최근에는 백신 테마주가 활개를 치고 있지만 실적보다 이슈 모멘텀이 주가를 좌우하는 테마주는 매도 시점을 잡기가 어려워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진단키트업체인 수젠텍(253840)은 전거래일보다 3.98% 내린 2만5,350원에 마감했다. 두 달 전(9월23일) 대비 46.35% 내린 수준이다. 올해 9월 기록한 52주신고가(6만5,800원)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이다. 최근 두 달간 씨젠(096530)(-20%), 랩지노믹스(084650)(-36%) 등도 크게 빠졌다.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진단키트 수요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백신 모멘텀이 시장을 장악하며 반격의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필로시스헬스케어(057880)의 주가는 최고점(9,800원) 대비 3분의1토막이 났다. 지분 21.9%를 보유한 필로시스가 코로나19 검체채취 키트 사업을 벌인다는 소식에 연초 1,300원대였던 몸값이 9월 장중 9,8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날 필로시스헬스케어는 3,015원에 마감했다. 코로나19 모멘텀 약화와 더불어 물량 폭탄이 떨어진 것이 주가를 끌어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거래소 상장공시시스템(KIND)에 따르면 필로시스헬스케어는 상승가도를 달린 8월 이후 전환사채가 대거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2,040만주가 추가 상장됐다. 올해 행사된 전환청구권 누적 수량은 3,296만주에 달해 연초 4,508만주였던 총주식 수는 현재 7,869만주까지 불어났다. 올해 전환청구권을 행사한 투자자들의 평균 전환가액은 1,240원대다.


최근 또 다른 테마주가 시장을 휘젓고 있다. 백신 테마주가 시장에서 난립하며 이달 둘째주에 지정된 투자주의종목은 70건에 달해 전주(37개) 대비 2배 늘었다. 시황 급변과 테마주의 극성에 올해 10월까지의 투자주의종목은 6,936건으로 지난해 기록(1,661건) 대비 300% 이상 많다. 테마주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는 모습이지만 변동성은 여전하다. 화이자 관련주로 묶이며 몸값이 급등한 KPX생명과학은 이날 20.81%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테마주에 올라타 일확천금을 얻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가격 가늠자가 없어 매도 시점을 잡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리포트가 발간되는 종목은 목표주가를 통해 적정 가격을 따질 수 있지만 테마주는 그렇지 않다”며 “성공담만 부각되지만 테마주에 뛰어들었다가 손해 본 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테마주가 실적주로 환골탈태하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지만 많은 테마주의 경우에는 특정 일당이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풍문을 활용해 주가를 부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관련주로 엮여 몸값이 뛰면 대주주가 지분을 팔아치우면서 대주주의 배만 불려주는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테마주로 묶여 몸값이 급등한 한 상장사는 특정 세력이 사업 내용을 과장해 주가를 띄우고 있는 것 같지만 뾰족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널뛰는 주가에 추격 매수하는 개인의 피해가 우려되지만 섣불리 해명에 나섰다가 주주가 손실을 입는 등 대처하기에 걸림돌이 많다는 설명이다. 국내 한 바이오 상장사의 관계자는 “자고 일어나니 테마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했다”며 “주식시장의 반응이 워낙 예민해 입장을 밝히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상황을 정확하게 말하면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는 투자자의 항의가 빗발칠 것이 뻔하고 앞서 신변위협을 당한 적도 있어 해명에 나서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이승배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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