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그널] 두산 구조조정 '결전의 날'... 인프라코어 본입찰 관전 포인트는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마침표라 할 수 있는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매각이 본입찰에 돌입했다. KDB산업은행의 손을 맞잡은 현대중공업지주(267250)와 GS건설(006360)이 자존심을 내건 한판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와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틴(PE) 등 사모펀드(PEF)도 맞불을 놓는다. 매각의 최대 장애물인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DICC) 소송 우발부채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나올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①9위 현대重 VS 8위 GS... 재계 서열 놓고 자존심 싸움
가장 주목을 받는 관전 포인트는 현대중공업그룹과 GS그룹간의 자존심 싸움이라는 점이다. 현대중공업은 자산규모 62조9,000억원으로 재계 서열 9위에 자리하고 있는 기업집단이다. 자산 66조8,000억원을 보유한 GS그룹은 현대중공업 바로 윗줄인 8위다. 두산밥캣(241560)을 제외한 인프라코어의 자산규모가 6조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대결의 결과에 따라 재계 서열도 뒤바뀌게 된다.

일단 산은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현대중공업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평가가 많다. 현대중공업이 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할 경우 국내 건설기계산업은 현대중공업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인프라코어는 지난 2018년 기준으로 국내 굴삭기 시장에서 43.5%를 점유한 압도적인 1위 사업자다. 뒤이은 2위였던 현대건설기계(267270)가 인수전에서 승리할 경우 시장점유율을 70%대까지 높일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세계시장 점유율도 4.5%로 높여 5위권 수준까지 근접하게 된다. 2019년 기준 인프라코어는 세계 건설기계시장 점유율이 3.3%로 9위, 1.2%인 현대건설기계는 2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

뒤늦게 참여한 GS건설도 물러설 가능성이 낮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1,482억원(9월말 기준)을 쌓아놓고 있을 만큼 자금동원력 측면에선 막강하다. 더욱이 토종 사모펀드(PEF)인 도미누스인베스터먼트와 컨소시엄을 꾸리면서 실탄을 보강하기도 했다. GS건설은 올해 초 모듈러 업체 2곳을 인수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기도 했고 폐기물업체 코엔텍을 인수하는 등 신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②채권단 산은이 파는데 자회사 KDB인베가 인수... 논란 어떻게 넘나
현대중공업이 가장 유력한 후보라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도 있다. 우선 산은은 두산그룹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채권단이다. 두산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은 국가 기간산업을 책임지는 두산중공업(034020)의 자본확충이다. 두산그룹이 그룹의 주축인 인프라코어를 급매물로 내놓은 것도 이 때문. 산은도 인프라코어를 최대한 비싸게 팔아야 채권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두산중공업의 자본력을 더 탄탄히 할 수 있다. 반면 인수 측에 선 KDB인베스트먼트는 최대한 싼값에 인프라코어를 사들여야 투자차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재무적 투자자(FI)다. 모회사인 산은과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셈이다. 선수가 경기에 출전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해충돌 지점은 또 있다. 산은은 매각 성사 여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의 원고(原告)다. 산은이 주요 출자자(Anchor LP)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하나금융투자·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2015년 인프라코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두산 측이 당초 약속과 달리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자 2014년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했지만, 인프라코어가 실사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서 공개 매각이 무산됐다. 이에 외부 투자자가 주식 매매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1심에선 두산이 승소했지만 2심에서 법원은 FI 손을 들어줬다. 소송가액만 7,051억원. 지연이자 등을 고려하면 우발부채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인수에 성공할 경우 법정에서 원고와 피고가 같아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게 된다.

③소송가액 7,000억 DICC 소송 해법은 여전히 오리무중
가장 큰 장애물로 꼽혔던 DICC 소송이 어떻게 해결될지도 관건이다. DICC 소송은 일반 손해배상과는 성격이 다른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이다. 정 공방의 쟁점은 2014년 FI가 동반매도 청구권을 행사했을 당시 인프라코어 측이 실사자료를 제공하지 못한 행위에 대한 과실이 있느냐다. FI가 승소하면 인프라코어는 정해진 가격에 지연이자 등을 더해 DICC 지분 20%를 되사와야 한다. DICC 우발부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그대로 남을 경우 사실상 매각이 불가능하다. 소송에서 인프라코어가 승리하더라도 FI가 쥐고 있는 동반매도 청구권이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 누가 인프라코어를 품에 안더라도 FI가 이 권리를 행사하면 핵심 계열회사인 DICC를 되팔아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두산그룹 측에서 이 우발부채를 떠안는 방안까지도 고심했지만 여전히 해결책은 못내 놓고 있다. 결국 인수 후보가 이 문제의 해결책을 거꾸로 두산그룹 측에 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두산 측은 24일 오후 2시 본입찰을 마감한 뒤 이르면 이번 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김상훈기자 ksh25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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