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교도연합뉴스
궤양성 대장염 재발을 이유로 지난 8월 전격 사임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최근 자민당 세 결집에 나서는 가운데 검찰이 자신을 향한 수사에 나서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베 전 총리 집권 당시 지지율 추락을 초래한 ‘벚꽃스캔들’에 대한 수사인 만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지검, 아베 '벚꽃모임' 전야 행사 지원 여부 조사
검찰은 아베의 비서 2명 외에 지역구 지지자 등 적어도 20명을 소환 조사했으며 아베 전 총리의 사무소로부터 금전출납장 등을, 호텔 측으로부터는 명세서 등을 제출받아 분석하고 있다.
문제의 행사는 아베 전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 사무소를 둔 정치단체 ‘아베 신조 후원회’가 주최했다. 조사를 받은 비서 중 1명이 이 단체의 대표를 겸직하고 있다. 총리가 각계 인사를 초청해 벚꽃을 즐기며 환담하는 ‘벚꽃모임’에 앞서 마련되는 전야 행사는 아베 전 총리가 재임 중이던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열렸다. 이 가운데 고발 대상이 된 2018년 4월 행사 때는 아베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지지자 등 약 800명이 참가했다.
2019년 4월 13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가 부인 아키에 여사와 함께 도쿄의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열린 ‘벚꽃을 보는 모임’ 행사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고발인들은 아베 전 총리와 후원회 간부가 공모해 당시 행사에서 1인당 음식값이 적어도 1만1,000엔인 것을 5,000엔씩만 받고 차액인 6,000엔 정도를 보전해 줌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위반(기부행위)한 혐의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당시 모임에 참가했던 사람들로부터 5,000엔씩 받은 것을 지역 선관위에 제출한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아 아베 전 총리 등이 정치자금규정법을 어겼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는 식사비 명목의 1인당 5,000엔은 호텔 측이 정한 것이라며 사무소 직원은 돈을 모아 전달만 했을 뿐이라고 반박해 왔다. 또한 자신의 사무소와 후원회 간에 돈을 주고받은 사실이 없는 만큼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할 필요가 없었고, 호텔 측에서도 명세서를 발행하지 않은 것으로 들었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 NHK는 문제가 된 전야 행사 참가 비용의 일부를 아베 전 총리 측이 부담했음을 보여주는 영수증과 행사비 총액이 적힌 명세서를 호텔 측이 작성한 사실이 복수의 관계자를 상대로 한 취재에서 확인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NHK는 당시 행사비 총액이 참가자로부터 모은 회비를 웃돌아 차액을 아베 전 총리 측이 보전해 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검찰이 호텔 측이 작성한 명세서 등을 근거로 조사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집권 당시에도 벚꽃모임 스캔들 여파로 지지율 추락을 겪는 등 곤혹을 치렀다. 지난해 12월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 정부 지지율은 16개월 만에 40%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아베, '포스트 코로나 경제' 연맹 회장 취임
아베가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을 이유로 총리직을 사임한 후 의원 모임의 회장으로 취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가 사임한 지 2개월도 지나지 않아 활발하게 움직임을 재개하는 것에 관해 주변에서는 벌써 총리로 3번째 등판하기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아베는 총리 재임 중 사실상 휴면 상태에 있던 보수·우파 의원 모임인 ‘창생 일본’도 조만간 재개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 2012년 12월 26일∼2020년 9월 16일 통산 8년 9개월 가까이 총리를 지냈으며 재직 기간은 일본 역대 총리 중 가장 길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