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아니어도 죽어간다"…민주노총 '총파업 집회' 강행

10인 이상 집회 금지에 '9인 이하'로 쪼개
민주당에 "노동법 개악시 2차 파업" 예고도

민주노총 소속회원들이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 노동법 개악 저지와 ‘전태일 3법’ 쟁취를 위한 총파업 총력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히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고 정부까지 나서서 만류했지만 민주노총은 오는 25일 총파업 집회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노총이 주장하는 노동법 개정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전태일 3법’을 통과 시키지 않으면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노동자들이 죽어간다는 논리다. 이날 민주노총은 2차 총파업 가능성까지도 예고했다.

24일 민주노총은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5일 “총파업·총력투쟁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올해 첫 민주노총 총파업으로 민주노총은 완성차를 비롯한 부품사, 건설노조, 타워크레인 노조, 코레일 자회사 노동자 등을 포함해 약 15만명에서 20만명의 노동자가 파업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포함한 전태일 3법을 즉각 통과시켜야 한다”며 “늦어질수록 사람이 죽어간다”고 말했다.

당초 민주노총은 국회 일정에 맞춰 25일 여의도서도 대규모 총파업 집회를 개최하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상향 조정으로 서울시가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자 서울 내 더불어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금속노조는 25일 집회를 위해 지부별로 50명 이상씩 상경해 서울에서 9인 이하의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이처럼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가운데 방역지침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일부 지역에서 민주노총의 총파업 집회 규모가 방역 수칙 준수 기준을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김호규 금속노조위원장은 “서울시가 9명 이하로 집회를 금지한 것에 국민·시민으로서 협조할 생각이지만, 저희의 의사를 감염병을 빙자해 막는다는 자체는 금속노조로서 이해할 수 없다”며 “저희 방식대로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해서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하겠다”고 말했다.

강동화 민주일반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이리죽으나 저리죽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인데 노조마저 무력화되면 우리들 미래가 어떻게 될 건가’ 한탄 소리가 현장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며 “책임 문제는 노조법을 개악하려는 정부와 민주당에 있음을 밝히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법 개악을 막기 위한 투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우려되는 부분은 전국 동시집회 부분이다. 지자체별로 방역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 14일처럼 수백명 규모의 인원이 지역 집회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지난 14일 민주노총은 전태일 열사 추모 50주기 민중대회를 진행하면서 일부 지역에서 수백명 규모의 집회 인원이 모인 모습을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내보내기도 했다.

아울러 이날 민주노총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ILO 비준 관련 노동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규모 2차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양동규 민주노총 비대위 집행위원장은 민주당을 향해 “노동법 개악안을 강행하면 민주노총은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개최해 확대된 2차 총파업을 논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와 국회는 방역에 최선을 다하는 민주노총을 희생양 삼으려 해선 안 된다”며 “국민들은 걱정하지 말고 저희 주장에 적극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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