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표 비둘기' 飛上에 날개 펴는 확장재정…월가서도 안도

■바이든, 첫 재무장관에 옐런 낙점
연준 의장 시절 점진적 금리인상
최근엔 "재정지출 늘려야" 주장
대출지원 프로그램 재개 가능성
다우존스30지수 오르며 기대감
케리 전 국무는 기후변화특사로
새 행정부 탄소세 도입 의지 뚜렷

재닛 옐런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조 바이든 행정부 초대 재무장관 낙점 소식이 전해진 23일(현지시간) 월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초기에 유력하게 거론되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 의원이 지명될 경우 대대적인 월가 개혁과 함께 규제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날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 대비 1.12% 상승 마감했다.


시장이 반색한 데는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옐런 전 의장은 최근 “만약 의회가 높은 실업률과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지출을 더 하지 않는다면 불평등하고 지지부진한 회복이 이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9월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엄청난 고통이 있다. 경제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무장관으로서 옐런 전 의장의 1순위 과제 역시 경기회복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옐런 전 의장이 재무장관에 오르면 경기 둔화 극복을 위한 확장 재정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올해 말 중단하기로 한 코로나 대출 프로그램의 재개 가능성도 거론된다. UBS의 앨리 매카트니는 “바이러스가 다시 증가하는 가운데 더블딥을 피하고 일자리를 늘려야 하는 과제를 가진 상황에서 옐런을 고른 것은 안심할 수 있는 선택”이라고 전했다.

그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준을 이끌 때도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요구가 많았지만 중심을 잡으면서 천천히 올리는 방안을 택했다. 4년 동안 기준금리를 5번밖에 인상하지 않았고 임기 말에야 양적 완화(QE)로 불어난 4조달러 규모의 매입자산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옐런 전 의장 재임 시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60%가량 상승했다.


다만 주변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 내년 1월 조지아주 결선투표를 봐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공화당의 상원 장악 가능성이 있다. 이는 대규모 경기 부양책의 확률을 크게 떨어뜨린다. 앞서 JP모건이 내년 1·4분기 미국의 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점쳤는데 이날 골드만삭스도 올해 4·4분기와 내년 1·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포인트와 2.5%포인트 내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신임 재무장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경제 회복”이라며 “바이든 당선인의 세금 및 지출 제안, 미중 관계, 모기지 문제 등 큰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옐런 전 의장이 탄소세 도입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당선인은 기후와 환경 의무를 충족하지 못하는 국가의 탄소 집약적 상품에 탄소세 또는 쿼터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미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자동차와 석유화학·철강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았지만 옐런 전 의장 역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탄소세를 지지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취임 이후 탄소세에 대한 정책 구상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당선인의 최대 역점 과제 중 하나인 기후변화를 담당할 대통령 특사에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이 임명된 것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싣는다. 케리 전 장관은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파리 기후변화협약 체결을 주도한 인물로 민주당 대선 후보에 지명될 정도로 중량감 있는 인사다.

옐런 전 의장은 뉴욕에서 태어나 브라운대를 거쳐 예일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에서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제임스 토빈 밑에서 공부했다. 불황 때 정부가 돈을 써야 한다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로부터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 1976년 하버드대에서 교편을 잡았을 때 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두 사람 모두 재정 정책을 중시하지만 옐런 전 의장은 서머스 전 장관과 달리 QE를 주요 정책 수단으로 본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 애컬로프가 남편이다.

업무 스타일은 까다로우면서도 세심하다. 옐런 전 의장과 가까운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가 다른 재무장관들과 함께 회의를 위해 방에 들어간다면 옐런은 그곳에서 가장 잘 준비된 사람이면서 가장 똑똑한 사람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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