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연합뉴스
올해 크게 오른 공시가격을 적용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배달되면서 강남권 아파트 보유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도 상승세가 크게 꺾이지 않던 고가 아파트에 작년의 2배에 육박하는 종부세가 부과되자 세금 부담을 느낀 보유자 일부가 매도나 증여를 고민하는 모습도 관측된다. 아직은 매수-매도자 간의 힘겨루기가 팽팽한 양상이지만, 매물이 조금씩 쌓이고 전고점 대비 수천 만원을 낮춘 가격의 매물도 나오는 상황에서 ‘종부세 효과’가 더해지며 강보합을 이어가던 매매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종부세 폭탄’에 일부 보유자 아파트 매도 고민=부동산 업계에서는 공시가격 인상에 따라 올해 새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된 가구가 20만 명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한다. 24일 주요 인터넷 포털의 부동산 관련 카페에는 최근 국세청이 고지한 종부세 내역을 확인한 회원들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대부분은 올해 종부세가 작년의 2배 안팎으로 크게 올라 세금 부담이 커졌다고 토로하는 내용이다.
강남구 도곡동의 한 아파트 보유자라는 A씨는 “올해 종부세가 368만원 나왔는데, 작년보다 딱 2배 더 나온 것”이라며 “종부세 폭탄이라는 말이 현실화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지난해 종부세 대상이 아니었던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84㎡는 올해 26만2,000원의 종부세가 고지됐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도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 납부 대상이 되면서 종부세 명목으로 10만1,000원이 고지됐다.
서울 서초구 일대 아파트의 모습./성형주기자
고가 아파트의 종부세 부담은 더 커졌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이 실시한 종부세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 보유자의 경우 작년 종부세가 191만1,000원에서 올해 349만7,000원으로 2배 가까이 올랐다. 이 아파트의 내년 종부세 예상액은 713만7,000원으로 올해보다 2배 넘게 오르고 내후년은 1,010만7,000원으로 1,000만원을 넘긴다.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114㎡ 보유자의 경우 종부세 부담이 지난해 402만5,000원에서 올해 694만4,000원으로 커졌으며 내년은 1,237만3,000원, 내후년에는 2,133만4,000원으로 각각 늘어난다.
다주택자의 세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84.5㎡와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를 소유한 2주택자의 종부세 부과액은 올해 1,857만원에서 내년 4,932만원으로 2.7배 오른다. 종부세에 재산세 등을 더한 보유세는 올해 총 2,967만원에서 내년에는 6,811만원으로 큰 폭으로 뛴다.
◇‘거래절벽’ 속 매물 쌓여…강남·서초·송파구 매물 두달새 20% 넘게 늘어=정부의 고강도 규제로 8월 이후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급감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거래는 6월 1만5,613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6·17대책과 7·10대책 등의 영향으로 7월 1만643건으로 줄었고, 8월에는 4,983건으로 크게 주저앉았다. 9월 3,771건으로 더 감소한 거래량은 지난달 4,021건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강남권 아파트 매물은 조금씩 쌓이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아파트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매매)은 4만4,622건으로, 두 달 전 3만9,785건과 비교해 12.1% 늘었다. 이는 전국 시·도 중 세종시 다음으로 매물 증가 폭이 큰 것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상가에 위치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매물 시세가 공개돼 있다./서울경제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어 시장 분위기를 주도하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의 매물 증가량이 서울 전체 구 가운데 1∼3위를 차지했다. 서초구가 같은 기간 아파트 매물이 3,367건에서 4,292건으로 27.4% 증가해 서울에서 매물 증가 폭이 가장 컸고, 강남구가 20.5%(3,557건→4,289건), 송파구가 20.1%(2,421건→2,908건)로 뒤를 이었다.
◇“일부 가격 하락에도 대기수요 풍부”=국토교통부에 신고된 실거래 정보를 분석해보면 신고가 거래도 여전히 눈에 띄지만, 전고점 대비 수천 만원에서 1억원 이상 가격이 내린 거래도 적지 않게 눈에 띈다.
강남구에서는 역삼동 e편한세상 84.99㎡가 지난달 7일 24억9,000만원(13층)에 신고가로 거래된 뒤 이달 15일 24억3,000만원(8층)에 매매되며 한 달 사이 집값이 6,000만원 내렸다. 해당 평형은 인터넷 부동산 포털에 물건이 2건 올라와 있으며 집주인은 각각 24억5,000만원과 26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단지 전경./서울경제DB
압구정동 신현대11차 183.41㎡의 경우 지난달 24일 46억4,000만원(13층) 신고가로 거래된 뒤 이달 4일 42억원(2층)에 매매돼 저층(2층) 거래라는 점을 고려해도 열흘 새 3억6,000만원이 내려 눈에 띄게 값이 내렸다.
서초구에서는 서초동 래미안서초에스티지 83.6㎡가 8월 24억원(20층)에 신고가 매매 후 지난달 21일 23억5,000만원(17층)에 계약서를 쓰며 5,000만원 내린 데 이어 이달 4일에는 22억3,500만원(6층)에 팔려 1억1,500만원 더 내려갔다. 강남권 중개업소들은 내년 6월 조정대상지역 내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을 앞두고 내년 상반기 안에 다주택자들이 집을 처분하려 움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다주택자들이 내놓는 물량이 많지 않아 가격 하락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강남 쪽은 아이들 교육 등 문제로 항상 대기 수요가 있기 때문에 물건이 일부 풀린다 하더라도 가격이 급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