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자살 뒤에 숨은 구조적 문제에 주목해야

심기문 사회부 기자


“발달장애아는 ‘껌딱지’ 같은 존재예요. 제가 죽기 전까지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이 돌봐야만 하죠. 자식을 죽인 다음 스스로 목숨 끊는 부모들 얘기를 들으면 마냥 손가락질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발달장애아 부모가 스스로 자녀의 목숨을 끊은 뒤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을 들은 또 다른 발달장애아 부모의 말이다. 발달장애아 부모들은 24시간 365일 항상 아이들 곁을 떠날 수 없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하다. 눈을 뜨고 있는 동안 온통 신경이 아이를 향해 쏠려 있어 잠시 화장실 가는 것조차 겁난다고 토로한다.


올해 들어서만 벌써 제주와 광주에서 잇따라 발달장애아 부모가 자녀를 죽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아무리 부모라고 해도 자녀의 생명까지 함부로 할 권리는 없다. 한국기자협회와 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제정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이러한 사건들을 보도하지 말라고 권고한다. 유사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마치 자살이 해법인 것처럼 암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살을 통해 고통이나 문제에서 벗어났다는 식으로 보도해서는 안 되고 자살을 사회적 문제를 제기하는 수단으로 보도하는 경우에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이 오래전부터 “제발 도와달라”고 수차례 외쳤지만 그 누구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자살 보도를 무조건 막는 것은 정작 자살 뒤에 숨겨져 있는 중요한 문제를 놓치게 할 수 있다. 올해 초 갑질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던 경비원 소식도 마찬가지다.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그동안 우리 사회가 침묵해온 현실에 눈을 뜰 수 있었고 뒤늦게나마 경비원의 처우가 개선되는 계기로 이어졌다.

혼자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자살 보도가 자칫 하나의 ‘트리거’가 될 우려는 있다.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그들에게 우리 사회가 어려움에 공감하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면 또 다른 극단적 선택을 막는 순기능도 기대할 수 있다. ‘돌봄의 굴레에서 벗어난 엄마들이 부럽기도 하다’는 발달장애아 부모들의 한숨 섞인 자조를 언론이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door@sedaily.com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