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 아들의 논문 표적 의혹을 질의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연합뉴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 아들이 ETRI에서 쓴 연구논문에 대해 제1 저자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만 국감장에서 제기된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서는 표절이 아니라고 봤다.
24일 ETRI에 따르면 ETRI 연구 진실성 규명을 위한 본조사위원회는 지난달 이 같은 내용의 결과보고서를 냈다. ETRI 본조사위원회는 지난 3월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학생인 A씨가 제1저자로 참여해 출판된 ETRI의 SCI 논문이 2018년 B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한 논문과 제목, 분야, 목적이 일치하며 데이터도 70% 이상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A씨는 전효숙 전 헌법재판관의 아들이다.
위원회는 그러면서도 논문 표절과 부당한 중복 게재에 대해서는 표절(자기표절 포함)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ISSN(ISBN) 넘버가 붙은 저작물을 출처 없이 사용할 경우 표절이라고 보는데, 2018년 논문은 학회에서 PT 자료 형태로 발표돼 ISSN(ISBN) 넘버가 없기 때문이다.
위원회는 A씨에 대해 저자 자격은 있지만, 통상적인 제1 저자로서의 기여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귀책 대상자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위원회는 “2018년도 논문은 저작물로 관리되거나 공개된 자료가 아니어서, 2020년 논문을 중복 게재(자기 표절)로 보기 어렵다”며 “A씨의 기여도에 대해서는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UST에 고지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20일 진행된 ETRI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이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하자 당시 김명준 ETRI 원장이 “최종 결론은 아직 안 났지만, 표절이라고 보고 있다”고 답변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조사 결과 지난 3월 출판된 A씨의 논문은 B 박사가 2018년 작성한 논문의 데이터와 대부분 중복됨에도 (B 박사가) 저자 목록에서는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위원회는 A씨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 2명에 대해 정당한 이유 없이 B 박사에 대해 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아 연구부정행위(부당한 논문 저자 표시)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대해 B씨는 “연구자 자신 또는 타인의 아이디어를 정당한 승인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표절이라 한다”며 “원장까지 표절을 시인했음에도 명백한 근거 없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심각한 직권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ETRI 위원회는 공동 교신저자가 왜 전 헌법재판관의 아들을 제1 저자로 만들었는지 그 이유와 배경도 조사하지 않았다”며 “귀책 사유를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위원회에) 이의를 신청했다. 이와 관련, ETRI 관계자는 “본조사 결과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아 관련자에 대한 징계 등 후속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앞으로 학술대회 발표 논문을 포함한 저작물 인용에 대한 표기 정책을 마련해 출처를 표기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