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감찰부, 수사정보과 감찰에 先 징계·後 조사 ‘논란’

대검 감찰3과, 컴퓨터 포렌직 작업 나서
秋, 발표 뒤에 나온 조사라 의구심 커져
문건 작성 검사 이프로스에 의문 제기
"본인 조사한 적 없는데, 사찰도 아냐"

=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한 다음날인 25일 서초동 대검찰청 출입구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배너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연합뉴스

대검찰청 감찰부가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 과장들의 컴퓨터 포렌식 작업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추미애 장관은 앞서 24일 브리핑에서 윤석열 총장의 비위 혐의 가운데 하나로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 불법 사찰’을 꼽았다. 하지만 비위 혐의를 먼저 발표하고 난 뒤 조사에 나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감찰 조사·발표 순서상 앞 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선(先) 발표·후(後)조사’라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지휘하는 감찰3과는 25일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간부들의 컴퓨터를 확보해 내부에서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감찰부에서 컴퓨터 포렌식 작업을 통해 확인하고 있는 건 추 장관이 전날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 사유 가운데 하나로 꼽은 재판부 사찰 의혹이다.


문제는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직무 배제·징계 요청하면서 언급한 비위 사유를 법무부가 대검 등을 상대로 제대로 조사했는지 여부다. 비위 혐의 발표 이후 대검이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만큼 검찰 안팎에서는 자칫 조사 없이 비리 혐의를 단정적으로 명시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대검도 추 장관 발표에 전날 검찰이 형사소송 당사자로서 재판부 성향 파악은 그동안 계속 해왔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미 비리 혐의가 있다고 발표하고 조사를 하는 건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며 “과정상 문제가 있는 만큼 실제 조사가 이뤄졌는지조차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외부에서는 법무부가 대검에 대한 조사조차 없이 단순히 보고서 한 장을 가지고 징계에 나선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실제 문건을 작성한 검사까지도 조사 과정 등에 의문을 제기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추 장관이 불법 사찰이라고 지목한 해당 문건을 작성한 성상욱 고양지청 형사2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주요 사건 재판부 문건에 관해 설명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성 부장검사는 “미행이나 뒷조사를 통해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님을 밝힌다”고 밝혔다. 해당 자료를 법조인 대관과 언론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고, 공판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성 부장검사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공공수사부가 주요 사건 재판부의 재판 진행 방식과 과거 재판 내용 등을 정리해서 주요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라는 지시로 이해했다. 수사정보정책관실도 그 업무를 도와주는 역할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공소 유지를 위한 도움 자료일 뿐 사찰 등은 명백히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다. 특히 그는 “법무부를 비롯한 어느 누구도 작성 책임자인 저에게 문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 설명 가능한 사안이었음에도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청구라는 중요한 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어떤 확인도 없었던 점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법무부 감찰 진행 방식에 의문을 표했다.
/안현덕·조권형기자 alwa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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