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경매 1시간 앞두고 권진규 유작 8점 '출품 철회'

25일 4시 열리는 케이옥션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
권진규 작품 반환 자금 마련위해 유족, 8점 출품
경매 2시간 전에 케이옥션 양해 구하고 전격 철회

권진규의 테라코타 ‘상경’. 추정가 2억5,000만~5억원에 경매에 나왔지만 유족이 경매 당일 출품을 취소했다. /사진제공=케이옥션

조각가 권진규(1922~1973)의 유족이 작품 반환 비용 마련을 위해 경매에 내놓은 인물상 ‘상경’ 등 유작 8점의 출품을 경매 당일인 25일 전격 취소했다.

허경회 권진규기념사업회 대표는 “지난 9월 초 권진규 조각 및 데생 작품 관련 소송이 마무리되면서 유족 대표들은 관계 회사 측과 작품 인도·인수 절차를 협의해 작품들을 모두 잘 받아올 수 있게 됐고, 사정상 작품 8점을 케이옥션 케이옥션 11월 메이저 경매에 위탁했으나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경매를 철회하기로 했다”면서 “다행히 케이옥션 측이 간곡한 유족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어려운 요청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권진규의 여동생 권경숙 씨의 아들로, 권진규의 조카인 허 대표는 “그동안 유족 측이 표명한 권진규 작품 공공 자산화의 뜻에 공감하고 작품 인도·인수 과정에서 최대한 협력을 아끼지 않아 준 케이옥션 측의 후의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은 출품 취소의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권진규의 작품과 기록물 700여 점은 권진규미술관 건립을 위해 개인 소장가에게 넘어갔다가 대부업체의 담보로 잡혀 1년 이상 수장고에서 지냈다. 이에 미술관 건립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기에 작품을 돌려달라며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40억원을 받고 작품을 돌려주라며 유족 손을 들어줬다. 이에 유족은 자산매각과 대출로 30억원을 변제한 후 나머지 10억원 마련을 위해 그 중 일부인 8점을 경매에 출품하는 고육지책을 마련했다. 대부업체 수장고에서 되찾은 작품들은 서울시립미술관에 기증돼 내년 6월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권진규 ‘말과 소년 기수’. 추정가 1억2,000만~3억원에 경매에 나왔으나 위탁자인 유족 측이 경매 당일 출품을 취소했다. /사진제공=케이옥션

한편 조각가 권진규는 우리 교과서 뿐만 아니라 일본 교과서에도 작품이 실릴 만큼 중요한 예술가다. 권진규는 1971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리얼리즘을 정립하고 싶다”면서 “우리 조각은 신라 때 위대했고 고려 때 정지했고 조선조 때는 바로크화(장식화) 했다. 지금의 조각은 외국 작품의 모방을 하게 돼 사실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다”며 신념을 드러냈다. 흔히 조각을 청동이 완성형이라 생각하지만 작가가 손으로 직접 빚는 것은 석고나 테라코타다. 특히 권진규는 “돌도 썩고 브론즈도 썩으나 고대의 부장품이었던 테라코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잘 썩지 않는다”면서 “작가로서 불장난에서 오는 우연성을 작품에서 기대할 수 있고 브론즈같이 결정적 순간에 딴 사람(끝손질하는 기술자)에게로 가는 게 없다는 점”을 중시했다. 권진규가 남긴 테라코타는 약 200여 점에 불과하다. 좀처럼 작품이 시장에 나오지 않던 권진규의 조각이 무더기로 새 주인을 찾는 자리라 이번 케이옥션 경매에 쏠린 관심도 남달랐다. 상경, 혜정, 선자 등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한 테라코타 인물상 3점, 사람과 말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의 기마상 1점, 희귀작인 테라코타 추상 부조 4점과 나무 초상 조각 등 총 9점이 낮은 추정가 합계 14억원 규모로 경매에 오를 예정이었다.

권진규 유작 8점의 출품은 취소됐지만 케이옥션의 올해 마지막 메이저경매는 예정대로 25일 오후 4시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진행된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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