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왼쪽)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오른쪽) 검찰총장./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헌정사상 초유의 직무 배제 조치에 돌입한 다음날(25일) 정치권에서 그 후폭풍이 불었다. 추 장관은 24일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접촉 △조국 전 장관 사건 등 주요사건 재판부에 대한 불법사찰 △채널A 사건 및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측근을 비호하기 위한 감찰방해 및 수사방해·언론과의 감찰 관련 정보 거래 사실 △총장 대면조사 과정에서 협조의무 위반 및 감찰방해 △정치적 중립에 관한 검찰총장으로서의 위엄과 신망 등의 비위 혐의를 확인했다며 “검찰사무에 관한 최고감독자인 법무장관으로 검찰총장이 총장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 여권 “윤 총장, 조직적인 사찰 의심 받기 충분해”
여당 인사들은 추 장관의 조치에 연일 힘을 실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총장을 향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의 미래를 위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달라”며 “법무부 규명과 병행해 국회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것을 당에서 검토해달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그는 “법무부가 밝힌 윤 총장의 혐의는 충격적”이라며 “가장 충격적인 것은 판사 사찰이다. 주요 사건의 담당 판사 성향과 사적 정보 등을 수집하고 그것을 유포하는데 대검이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조직적인 사찰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며 윤 총장의 혐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은 윤 총장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조사는 여러 의원들 공감대가 있어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려 한다”며 “직무 배제 명령 사유 가운데 판사 사찰은 매우 심각한 내용이기에 야당도 이 부분은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야당이 국정조사 추진을 거부한다면 결국 검찰의 사찰을 용인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중대 범죄행위에 대해, 윤 총장 국정조사에 동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야당의 협조를 촉구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윤 총장의 의혹 중 특히 ‘판사 사찰 의혹’에 대해 거세게 비판했다. 신 대변인은 “윤 총장의 판사 불법사찰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며 “만일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에 의한 판사 사찰이 사실이라면 중대범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어제 발표된 법무부의 감찰 결과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필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조국 사건 등 정치적 사건을 담당한 판사에 대한 불법사찰이 사실이라면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박근혜 정부의 사법농단이 결합한 국기문란이자 중대범죄”라고설명했다. “사법농단과 국정농단 수사를 이끌었던 검찰총장이 불법사찰을 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검은 통상적인 공판 준비라고 했는데 (사찰을) 불법으로 보지 않는 인식은 과거 독재시대 검찰과 다를 바 없다”고 빗대기도 했다.
판사 출신인 이수진 의원 역시 “검찰 적폐 세력과 사법농단 세력이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수사를 통해 취득한 정보를 수사와 기소유지 외의 목적으로, 더군다나 재판부 사찰에 이용했다면 직권남용 범죄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면서 “사찰 혐의 하나만으로도 윤 총장은 직무배제를 넘어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총장 비위 혐의로 법원 개혁과 사법농단 세력에 대한 조속한 탄핵이 필요하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적폐 검찰과 사법농단 세력이 한 통속이었고, 영혼의 쌍생아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 야권 “민주당, 다수 의석으로 민주주의 질서 교란”
반면 야당 인사들은 추 장관을 향해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아마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 중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감정 대립으로 장관이 검찰총장의 직무 배제한 것은 초유의 사태”라고 비판했다. 추 장관을 향해 “추 장관의 행동을 보면 중국 문화혁명 당시 강청(江靑)이 연상된다”며 “그런 행위를 통해 무엇을 추구하려는지 납득이 안 되고 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고 해도 횡포로 민주주의 질서를 교란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그는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이런 사태를 낳게 해 나라의 꼴이 아주 우스워 보이는 상황”이라며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 배제를 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는데 문 대통령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이어 “이 문제와 관련해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역할이란 것이 과연 어떤 역할인지 묻고 싶다”며 “민주당도 이 사태를 이성적 판단으로 풀어야지 더 악화시키는 역할을 삼가시기 바란다”며 대통령의 조속한 판단과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사유 같지 않은 사유를 들어 총장을 쫓아내려고 전 정권이 총동원된 그런 사태”라며 “추 장관의 폭거도 문제지만 뒤에서 묵인하고, 어찌 보면 즐기고 있는 문 대통령이 훨씬 더 문제”라며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었다. 이어 “문 대통령 마음에 안 들면 정치적 책임을 지고 해임하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혜인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