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끝난지 2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결과가 깔끔하게 나오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대선 전 있었던 여론조사의 결과와 달리 바이든 당선인이 압승을 거두지 못했다는 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에 트럼프가 쉬이 인정을 하지 않는 점이다.
미국의 대선 제도가 복잡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오랜 기간 미국에서 채택해온 제도인데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가 언제나 틀린다는 점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제도의 허점을 꼬집으며 불복 소송을 이어가겠다는 점은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행동경제학연구소 정태성 대표와 미국 대선 과정과 결과에 대해 생기는 의문을 행동경제학적 관점에서 이야기 나눠봤다.
Q. 트럼프 대통령은 왜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나? |
Q. 바이든 당선인의 압승을 점쳤던 여론조사와 달리 접전 끝에 승패가 확정됐다. 여론조사는 왜 틀릴까? |
여론조사가 갖고 있는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여론조사를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표본을 뽑아서 진행한다. 이때 여론조사 기관이 표본을 추출하는 방식이 국민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표본 선정은 인구통계학적 요소만으로 이루어진다. 성별과 나이, 사는 지역과 같은 요소는 한 사람을 이루는 아주 한정적인 정보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하는 정확한 대선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다. 가령 유럽의 경우는 표본을 추출할 때 집안의 자산 정도, 가족 구성원의 노조가입여부와 같은 사회경제적 요소도 고려한다.
표본을 잘 추출하더라도 여론 조사에 성실하게 응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실제로 출구조사나 사전 여론조사에서 자신이 찍은 혹은 찍을 후보와 다른 후보로 응답한 경우가 많다. 행동경제학 연구소에서 여론조사 응답 성실도에 대해 자체적으로 연구를 진행했을 때에는 응답에 따른 인센티브가 소액이라도 주어지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Q. 두 후보의 승패를 가른 ‘내러티브’는 어떤 것인가? |
이처럼 많은 의사 결정이 합리적 의사판단보다는 내러티브에 의해 결정된다. 가령 영국의 브렉시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부 국민투표를 놓고 주요 여론조사 기관은 ‘잔류가 우세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결과는 탈퇴 표가 51.9%로 더 많았다. 합리적으로 따진다면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가 국익에 더 도움이 될지라도 영국인에게 작용한 내러티브는 따로 있었던 것이다. 런던 외에 살고 있는 영국 국민이 런던에 방문했을 때 받은 충격이 바로 브렉시트 결정을 판가름한 내러티브다. 진짜 영국인인 자신보다 이민자가 더 부유하게 사는 런던의 광경을 보면서 영국 국민들이 ‘불공정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중요한 의사결정들이 합리적인 판단보다는 내러티브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내러티브를 잘 이용해서 자신의 전략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한 선택에 앞서 내러티브에 좌우되지 않는 것도 모두 중요하다.
/정현정기자 jnghnji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