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법무법인 태평양 베트남팀.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양은용 변호사(서울 본사), 사무엘 손퉁 부 변호사·배용근 변호사(베트남 하노이 법인), 안우진 변호사(베트남 호치민 지사)
올 한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 거래가 자유롭지 않았던 가운데 법무법인 태평양이 베트남에서 ‘올해의 딜’을 5년 연속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산하 언론기관인 VIR(Vietnam Investment Review)에서 주최하는 ‘베트남 M&A 포럼’은 현지에서 두각을 나타낸 거래에 이 상을 수여한다. 태평양은 ‘올해의 자문사’ 상도 2년 연속 석권했다. 베트남은 국내 주요 로펌들이 대거 진출한 시장이지만 글로벌 로펌들과 함께 현지에서 최상위 로펌(Tier 1)으로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곳은 국내에서 태평양이 유일하다.
법무법인 태평양의 베트남팀은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번 인터뷰는 서울 본사와 베트남 하노이, 호치민 지사에서 원격으로 진행됐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양은용 변호사는 직접 자리했다. 하노이에서 거주 중인 배용근 변호사, 사무엘 손퉁 부 변호사는 온라인으로 인터뷰에 참여했다. 호치민 지사에서는 안우진 변호사가 인터뷰에 응했다.
태평양의 하노이 법인장인 배 변호사는 “현지에서 거주하는 변호사들이 여러 해 성공의 경험을 축적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해외 대형 로펌을 제치고 국내 로펌이 ‘올해의 딜’과 ‘올해의 자문사’ 상을 받은 점이 뜻깊었다”며 소회를 밝혔다. 베트남 M&A 포럼의 대표자로 참석해 상을 받은 배 변호사는 15년 가까이 베트남에서 거주한 현지 전문가다. 안 변호사도 10년째 현지에서 살고 있다. 양 변호사도 지난 2008년부터 5년간 거주하며 험지였던 베트남 법률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안 변호사는 “태평양 베트남 팀의 현지 경력을 합산하면 국내 로펌에서는 따라올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검증된 노하우를 갖고 있어 딜 성사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2020 베트남 M&A 포럼에 참석한 배용근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베트남에서 올해 주목받았던 국내 기업의 거래는 KEB하나은행의 베트남 자산규모 1위 베트남투자개발은행(BIDV) 지분 거래다. 하나은행은 BIDV가 발행한 보통주 15%를 약 1조 200억원에 인수했다. 이 과정에서 태평양은 투자 대상 회사에 대한 법률 실사와 베트남 중앙은행(State Bank of Vietnam) 및 한국 당국의 승인 등 계약 체결부터 거래 종결에 이르는 법률 자문을 담당했다. 양 변호사는 “국영 기업의 소수지분 거래의 경우 국내 기업이 투자 회수 전까지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해 거래 당사자 간 이해 충돌 가능성이 있어 난이도가 높다”고 말했다.
태평양은 이와 함께 삼성전자(005930) 베트남 법인의 R&D센터 개발을 위한 부동산 프로젝트 인수 거래와 포스코 베트남 자회사 SS VINA의 일본 야마토그룹 재무적 투자자(FI) 유치 거래, 아샘자산운용의 베트남 회사채 발행 거래 등 다양한 형태의 자문에서도 성과를 냈다.
5명의 베트남 현지 변호사들이 팀에서 활동하고 있어 안정적인 자문이 가능했다. 베트남인인 사무엘 손퉁 부 변호사의 경우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로펌에서 10여년 이상 근무해 한국어에 능통하다. 현지 변호사들은 양 국가의 법률 자문뿐 아니라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 사무엘 부 변호사는 “베트남인은 음력 7월을 ‘귀신의 달’로 여겨 이 기간에는 M&A거래도 기피 한다”며 “이 같은 양측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하면서 거래 성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태평양이 진출한 국가 중 가장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곳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국내 기업과 함께 성장하면서 이제는 현지에서도 쉽고 편하게 법률자문을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 변호사는 “현지에 진출한 기업이나 한상기업 사이에서 이제 한국 로펌에 자문을 요청하는 문화가 더 자연스럽다”면서 “뿌리를 더 깊게 내려 베트남 법인을 한국 본사 수준의 역량만큼 끌어올리고 싶다”고 포부를 보였다.
코로나19의 ‘청정 지역’으로 불렸던 베트남에서도 관광산업과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올 초 민항기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 체제에 들어갔지만 그에 따른 경제적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안 변호사는 “소비 심리가 코로나 이전의 70~80%까지 회복됐다는 발표가 있지만 이동 제한 조치로 수입·수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사와 여행 업체의 타격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른 현지 기업 매물도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양 변호사는 “베트남도 그동안 정부의 유동성 공급으로 잘 버텼지만 내년에는 좋은 기업들이 매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다수의 국내 기업들 역시 최근 베트남 기업을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조윤희기자 choyh@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