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 25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을 직무정지 하기 위해 ‘판사 불법사찰’을 사유 중 하나로 든 것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검찰 내에서 나왔다. 사찰 논란이 이는 문서를 작성한 담당 검사에게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윤 총장 직무정지를 서둘러 발표하고 사찰 진위 확인을 위해 사후에 강제조사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판사 불법사찰 혐의가 소명됐기에 법원에서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해 조사를 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26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서울중앙지검 일부 부장검사들과 평검사들은 윤 총장 직무정지 결정에 대해 논의했다. 평검사들은 ‘평검사 회의’를 소집할지 얘기를 나누고 선배들인 부장검사들의 조언을 구했다. 평감사 회의가 진행되면 앞서 채동욱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감찰 압박으로 사표를 낸 당시 열린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특히 전날 중앙지검 내에선 추 장관이 윤 총장의 ‘불법사찰’이 징계 사유 중 하나라고 한 것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검사들은 담당 실무 검사의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검찰총장 징계사유에 담았다는 것을 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징계를 하는데 징계 사유를 제대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확인하고 징계 사유를 점검하는 게 아니라 그런 것 전혀 없이 징계 사유를 규정하는 것은 감찰권 남용이고 직권남용”이라며 “명백히 위법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에 지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주요 재판 재판부에 대한 성향 등을 파악하도록 했다. 이를 추 장관은 ‘불법사찰’이라고 규정하고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 성향을 담은 문건을 작성했던 성상욱 부장검사는 “마치 미행이나 뒷조사로 해당 자료를 만든 것처럼 오해되고 있으나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법무부를 비롯한 누구도 문건 작성 책임자인 내게 문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거나 문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료 작성도 컴퓨터 앞에 앉아 법조인 대관과 언론 기사, 포털 사이트와 구글을 통해 검색한 자료를 토대로 했고, 공판 검사의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전화로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판사 불법사찰’ 지시에 위법성을 확인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 증거나 자료는 제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정보를 수집하는 곳일 뿐 판사 개인정보와 성향 자료를 수집해 검사들에게 배포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불법사찰 문건에는 언론 등 공개된 자료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개인정보들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사찰 문건’을 보고받은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도 “당시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냈다”고만 하고 구체적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이날 추미애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윤 총장이 추가적인 사찰을 한 것은 없는지 더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대검 감찰부는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압수수색 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불법 사찰’이 징계 사유가 된다고 추 장관이 발표했는데 다음 날이 돼서야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해 징계 사유에 뒷받침 될 만한 근거를 제대로 못 찾았던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