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8개월 만에 500명이 넘는 등 재확산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리를 더 내릴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등 부동산 가격 상승과 증시 활황 등 초저금리에 따른 자산 가격의 상승도 금통위에 부담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0%로 동결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지난 5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인하한 뒤 6개월째 동결 중이다.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가 정한 기준금리(0.00~0.25%)와의 격차도 0.25~0.50%포인트로 유지됐다. 미 연준이 제로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조정할 상황적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최근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지만 최근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빨라진 만큼 기준금리를 더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반대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 회복이 늦어지면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거나 가계부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지 않는 이상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한은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통해 “성장세 회복을 지원하고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며 “국내경제의 회복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측면에서 물가상승압력도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이어 “코로나19 전개상황과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 그동안 정책대응의 파급효과 등을 면밀히 점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1.1%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지난 3·4분기 수출이 예상보다 빠른 회복 속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내년 성장률도 지난 8월에 전망한 2.8%보다 높은 3.0%를 예상했다. 다만 2022년에는 2.5%로 소폭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국내 경제상황이 완만하게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간소비가 더딘 회복을 나타냈지만 설비투자가 회복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수출이 개선 흐름이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향후 수출과 투자를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0.5%, 내년 1.0%, 2022년 1.5%로 예상했다.
/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