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비슷한 생각으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보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특히 요즘 블랙박스 영상 같은 걸로 과실여부 판단해주는 유튜브도 많이 보시는 듯! 그런데 변호사인 지인에 따르면 그렇게 영상만 보고 판별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군요.
/이미지투데이
그러다가 11월 초, 손해보험협회가 낸 ‘자동차사고 과실비율분쟁 심의사례’에 대한 보도자료가 눈에 띄었습니다. 손해보험협회는 라이더 누구나 의무로 들어야 하는 이륜차 보험을 판매하는 손해보험사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협회입니다. ~손해보험, ~화재 등이 다 이 협회에 가입돼 있죠. 손보사들은 당연히 자동차 보험도 팔구요. 그러다 보니 이륜차든 사륜차든 교통사고 과실비율과 손해보상 같은 문제에 대해서라면 최고의 전문가들이십니다.
아무래도 관심 있는 주제다 보니 저도 읽어봤는데, 보도자료에 “손보협회는 최근 배달 수요가 치솟으며 차와 오토바이 사고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해 이번 사례집에 차 대(對) 오토바이 분쟁사례 72건을 수록했다”는 대목이 눈에 띄더군요. 손보협회로 가서 476쪽 분량의 자료 원문(누구나 여기서 다운로드 가능)을 다운받았습니다. 287쪽부터 이륜차 분쟁 사례가 등장한다는 점 참고하시구요.
제목 그대로 자료에는 다양한 이륜차-사륜차 사고 사례가 나옵니다. 실제 보험 분쟁 사례를 바탕으로 만든 자료인 만큼 정말 애매한 경우가 많았는데요. 예를 들어 아래는 노란불일 때 직진을 강행한 사륜차와 빨간불인데도 신호를 위반하고 달린 이륜차의 사례입니다. 인간적으로는 신호 위반한 쪽이 무조건 잘못인 것 같은데, 이륜차는 ‘사륜차보다 가해의 위험성이 낮으며’란 문구가 자주 들어갑니다. 아무래도 도로 위에서 사륜차보단 상대적인 약자인 만큼 그걸 감안해서 과실 정도를 낮춘다는 겁니다. 그래서 이 경우에는 신호위반을 한 이륜차 쪽의 과실이 60이 됐습니다.
/손보협회 자료 캡처
그럼 과실 비중이 40이 된 사륜차 운전자는 억울하지 않느냐는 분들도 가끔 계신데, 노란불은 “마지막 기회닷! 빨리 달려!”가 아니라 도로교통법상 “곧 빨간불이 들어올 테니 멈추라”는 의미입니다. 다만 노란불 직전에 이미 정지선을 넘어서 교차로에 진입했다면 빨리 비켜줘야겠지만요. 그래서 이런 상황에선 노란불에 교차로에 진입한 사륜차의 책임도 물게 되니까 주의하셔야 합니다.
참고로 위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륜차 운전자는 오른쪽에서 달려오는 바이크를 피하면서 가로등을 들이받았다고 하네요. 그나마 바이크 운전자나 행인이 부상을 입지는 않았습니다.
이 자료집에서 이륜차 사고 분량만 약 50쪽인 만큼 정말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는데요. 로터리에서의 사고,
둘다 잘못을 하긴 했지만 역시 이륜차의 과실이 적다는 판단/손보협회 자료 캡처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의 사고,
먼저 온 이륜차의 과실이 낮다는 판단/손보협회 자료 캡처
이륜차‘만’ 신호를 위반한 경우,
신호 위반한 이륜차가 100% 책임, 얄짤 없음/손해보험 자료 캡처
등등을 쭉 보다 보면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겠다는 당연한 생각이 사무치게 드는 것입니다.
tvN 캡처
그리고 신호가 없는 교차로 중에서도 ▲폭이 넓은 길과 좁은 길이 교차되는 경우라면 넓은 길을 달리는 차량에 우선권이 있다는 점, ▲동일폭 교차로에 동시 진입했다면 오른쪽 차량에 우선권이 있다는 점(위의 사진을 예로 들면 A차량)을 저는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물론 이 자료에서도 언제나 납득되는 결론을 내지는 못한다는 점! 예를 들어 “동영상 등 제출된 자료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과실비율을 결정했다”는 문장도 종종 눈에 띕니다. CCTV, 블랙박스 등이 없거나 있어도 충분히 보여지지 않으면 누군가는 조금 억울한 결론을 받아들여야 할 수도 있는 거죠. 마치 인생 같습니다. 너무 다양한 경우가 있고 언제나 공평하지만도 않은.
이러면 나가린데...
원문이 궁금하지만 다시 위로 스크롤하시기 귀찮은 분들을 위해 다시 링크(클릭) 덧붙입니다. 사륜차 분쟁 사례는 훨씬 더 많으니까 사륜차 운전도 하시는 분들이라면 날 잡아서 훑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날도 추운데 따땃하게 잘 챙겨 입고 다니시고, 다음 번 두유바이크에서 만나요!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