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솔루스 헝가리 전지박 공장 조감도./서울경제DB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전지박 제조사인 두산솔루스(336370)가 글로벌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전지박을 공급하는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유럽 내 유일한 전지박 생산 업체라는 이점을 앞세우며 전지박 공급 계약 체결을 목전에 두고 있다. 완성차 제조를 하는 테슬라가 LG화학과 같은 배터리 제조사가 아닌 배터리 소재 업체와 직접 계약을 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테슬라가 자체 배터리셀 생산을 위한 준비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며 ‘고객사’가 ‘경쟁사’로 돌변할까 긴장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솔루스는 테슬라와 전지박 공급을 위한 일반거래조건협정(agreement on general terms and conditions) 체결을 앞두고 있다. 테슬라의 공식 공급 업체 선정이 유력한 상황인 것이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세부 사항을 검토하며 막판 조율 중”이라며 “현재 테슬라 측에서 샘플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긍정적인 반응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공급 규모와 계약 기간은 일반거래조건협정이 체결된 후에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두산 측은 “고객사에 대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전지박은 2차전지 음극 부분에 씌우는 얇은 구리막으로 전류가 흐르는 통로로 쓰인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매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1조1,000억 원 규모였던 세계 전지박 수요는 연평균 4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두산솔루스에 손을 내민 데는 이 업체가 유럽 내 유일한 전지박 생산 업체인 점이 한몫했다. 두산솔루스 헝가리 공장은 현재로서는 국내 업체 중 유일한 유럽 내 전지박 공장이다. 유럽 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들과 접근성이 좋다는 지리적 강점을 토대로 지난 3월에는 글로벌 배터리 제조 업체와 1,000억 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용 전지박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산은 2014년 룩셈부르크 동박 제조 업체 서킷포일을 인수해 전지박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전지박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두산솔루스는 최근 수요 급증에 발맞춰 헝가리 공장 증설도 진행했다. 두산솔루스는 지난달 말 헝가리 공장의 연산 1만 5,000톤 규모의 2단계 증설을 위해 2,7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올 5월 1단계 생산 라인 준공에 이어 5개월 만의 투자로 오는 2022년까지 2단계 증설을 마무리해 총 2만 5,000톤의 연간 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증설 결정에는 테슬라향 물량은 물론, 스웨덴 노스볼트, 독일 폭스바겐과의 협력 가능성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소재 업체들에 테슬라의 직접 계약은 희소식이지만 국내 배터리 제조 업체에는 파장이 크다. 완성차 업체가 배터리를 ‘자급자족’하게 되면 LG화학·삼성SDI 등 배터리 업체들은 고객사와 혹독한 경쟁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배터리 개발 성과를 발표하는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내후년까지 100GWh(기가와트시), 2030년까지 3TWh(테라와트시) 규모의 배터리셀 자체 생산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사립대의 한 교수는 “테슬라가 자체 공급선을 확보해 셀 생산에 나서면 가격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한국 배터리 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동희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