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5달러 돌파…‘정·화·조’ 다시 달리나

코로나 백신 개발 이후 상승세 지속
美 재고 감소도 한몫...8개월새 최고가
SK이노베이션·S-Oil 등 줄줄이 급등
이달 주가 20% 이상 오른 기업 속출
코스피 0.9%↑2,625 마감 또 최고치


국제 유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 8개월 사이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연료유 등 수요가 다시 회복되리라는 기대감과 함께 미국의 원유 재고가 감소했다는 소식이 유가를 끌어올린 것이다. 국제 유가에 큰 영향을 받는 정유·화학·조선 등 경기 민감 업종이 유가 상승과 경기회복, 코스피 랠리라는 모멘텀을 업고 더 달릴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25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배럴당 1.8%(0.80달러) 오른 45.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월물 역시 1.6%(75센트) 상승한 48.6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WTI와 브렌트유는 최근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 3월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의 상승세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과 함께 시작됐다. 백신이 출시되면 코로나19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 휘발유, 등·경유, 항공유 등의 연료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배럴당 35.79달러까지 떨어졌던 WTI는 이달 9일(현지 시간) 글로벌 제약 기업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과 함께 반등을 시작했다. 6일 배럴당 37.14달러였던 WIT 가격은 9일 40달러를 돌파한 후에도 꾸준히 상승해 이날 45.71달러를 회복했다.


이 같은 국제 유가 상승세는 국내 정유·화학·조선 업종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증시가 달러 약세에 따른 외국인 자금의 유입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현재 그 움직임은 더욱 뚜렷하다. 코스피는 개인·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이날도 전장 대비 0.94%(24.37포인트) 오른 2,625.91을 기록하며 이틀 만에 다시 역대 최고치에 올랐다. 코스피가 가파르게 상승한 11월 주요 정유·화학·조선 기업들의 주가는 평균 20% 넘게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우선 정유주의 회복에 주목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코로나19 방역 문제로 글로벌 국가들이 이동을 제한하자 수요 급감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고 동학 개미들이 이끄는 올해 증시에서도 유독 소외됐다. 하지만 11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소식과 함께 정유주 주가는 잇따라 뜀박질을 했다. 실제로 국내 대표 정유주로 꼽히는 대우조선해양(042660)도 최근 1만 5,000TEU 규모 컨테이너선 6척을 수주했다. 두 기업의 주가는 이달 들어 35%, 26%씩 올랐다.

전문가들은 특히 석유·화학 업종의 또 한 차례 상승세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가(원유 값)가 하락한 가운데 위생 장갑, 손 세정제, 마스크 등의 수요는 급증해 기업 실적이 오히려 개선된 업종으로 꼽힌다. 유가가 상승하면 마진이 나빠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경기 회복세와 함께 기업 활동이 재개되는 분위기 속에서 원가 상승분보다 제품 상승세가 더욱 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비스페놀A(BPA), 아세톤, 선형 저밀도 폴리에틸렌(LLDPE) 등 주요 석유제품의 가격은 이번 주에만 8~14%씩 상승하는 등 초강세를 보였다”며 “경기회복과 유가 상승은 기업들에 강한 재고 확보(restocking) 발생 가능성을 높여 제품 가격 상승 폭이 원료 가격 상승 폭보다 컸던 2009~2011년 ‘차화정’의 데자뷔를 일으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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