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연합뉴스
■ 국민의힘 “대통령, 입장 표명하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직무 배제 명령을 받은 지 이틀, 청와대에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자 이를 두고 야권이 거세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26일) 추 장관의 조치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재차 요구하고 나섰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회의에서 “국가 권력기관이 법치가 아니라 완장 찬 정권 인사들의 일상화된 직권남용으로 좌절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며 “대통령의 현실 인식과 상황 판단이 너무나 절망스럽다.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분인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암흑의 터널”, “불통과 비정상을 확인한 만남”이라고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향해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사는 분 같다”며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인 검찰총장 직무정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활극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더불어 “동문서답도 이런 동문서답이 없다”면서 “연평도 피폭 10주기에도 아무 말씀 없이 휴가를 가시더니 어제는 트위터에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같은 여성 대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여성 대상 범죄에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는 말씀에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에 대한 철저한 수사 지시가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덧붙였다.
성일종 비대위원은 “대통령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며 “뜻대로 제작돼 흡족해하시느냐”고 강력히 반발했다. 정원석 비대위원 역시 문 대통령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인용하며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짓는 권력의 말로는 반드시 비참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제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매듭을 풀어낼 분은 오직 한 사람”이라며 “최소한 기자회견이라도 해서 국민들 앞에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같은당 장제원 의원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여론이 급격히 나빠지고 정권에 돌이킬 수 없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대통령의 침묵이 석연치 않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윤 총장이 자초한 일”
한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반발이 거세지자 ‘대통령 지키기’에 나섰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 출연해 “대통령이 나서지 않는 것을 무슨 빠져있다고 하냐. 기본적으로 대통령은 장관의 행위에 대해 신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 사회가 모든 문제를 정치화시키고 대통령의 결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통령을 대신해 검찰을 지휘하라고 법에 명시돼 있는 게 법무부 장관이다. 장관이 나름대로 자신의 판단을 가지고 한다면, 그 판단과 결정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만약 (윤 총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했다면 장관에 대한 정무적 지휘를 했을 것”이라며 “장관의 절차 진행에 대해 대통령이 신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침묵이 사실상 암묵적 동의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이어 “윤 총장이 마지막으로 문제가 된 행동이 대면감찰을 거부한 것”이라며 “(징계조치는) 윤 총장이 자초하고 선택한 것”이라고 책임의 소재를 윤 총장으로 돌렸다.
같은당 박주민 의원 역시 윤 총장의 징계에 대해 “이번 결정은 당연한 조치다”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지금 법무부가 들고 있는 여러 윤 총장 관련된 사실이 진짜 사실이라면 굉장히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총장의 판사불법 사찰 의혹을 두고는 “어제 성 검사라는 분이 글에서 언급한 규정들을 다 찾아봤는데 그 규정 어디에도 공판판사의 사생활, 가족관계, 물의 야기 법관 해당 여부 등에 대해 자료를 수집해도 된다는 규정이 없다”며 “따라서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판검사가 공소 유지를 잘하기 위해 개인적인 차원에서 알아본 것도 아니고, 대검 차원에서 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뒤에 내려보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법무부가 추가 입장을 냈다. 성 검사가 작성했던 문건에는 ‘행정처 16년도 물의 야기 법관 리스트 포함’이라고 쓰여 있다는 것이다”라며 “어떤 풍문을 듣고 쓴 게 아니라 실제 리스트를 보고 썼다는 의심이 간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거는 어떻게 보면 또 다른 어떤 형사적인 문제도 야기할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