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인상했는데도 세수가 줄었네.. '세율의 역설'

올 1~9월 법인세 65.8조.. 전년동기(50조) 대비 15.8%↓
코로나발 기업 실적 악화, 법인세율 2%p 높인 복합 작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6차 한국판 뉴딜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각종 세율이 잇따라 인상됐음에도 오히려 세수가 감소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민간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이 크게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속 기업 활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법인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7일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국세수입은 214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28조1,000억원) 대비 14조원 가량 줄었다. 특히 소득세·부가가치세와 함께 3대 세수로 꼽히는 법인세 수입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65조8,000억원을 기록한 반면, 올해에는 50조원으로 무려 15.8% 줄었다.

연간 기준으로 봤을 때도 법인세는 정부 예상 대비 세수 진도율이 낮다. 지난해 법인세수는 72조2,000억원으로 전년(70조9,000억원)대비 증가했지만 애초 법인세를 통한 세입예산 규모가 79조3,000억원이었다는 점에서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효과를 크게 보지 못했다.

이 같은 법인세 확보 부진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불황이 첫손에 꼽힌다. 코로나19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정유사를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올 상반기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데다 ‘비대면 경제’ 활성화로 민간 소비도 위축돼 있다.


다만 기업인들은 코로나19보다 2년전 오른 법인세율에 주목한다. 코로나19는 언젠가는 종식될 ‘변수’인 반면 법인세율은 기업 발목을 두고두고 잡을 ‘상수’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18년 과세표준 최고구간에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3%포인트를 높였다. 이에 따라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법인의 최고 세율은 기존 22%에서 25%로 높아졌다. 법인세에 추가로 붙는 지방소득세(10%)를 감안하면 법인세 최고세율은 무려 27.5%에 달한다. 과표구간도 4단계로 늘어 각 기업들의 세제 관련 각 기업의 ‘부대비용’도 높아졌다.


법인세율 인상의 부정적 효과는 민간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서도 드러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3년전 관련 보고서에서 법인세율이 2%포인트 인상되면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33%, 투자는 0.96% 각각 감소할 것이라 내다봤다. 무엇보다 법인세율을 2%포인트 높일 경우 소비자(32.8%), 근로자(16.0%), 기업(51.2%)이 각각 세금을 분담해야 해 기업 외에도 민간의 세금 부담이 덩달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을 타깃으로 한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세제 부담을 소비자가 일부 떠 안는, 의도치 않은 ‘조세전가’ 현상이 발생하는 셈이다.

기업들 또한 법인세율 인상에 대한 부담을 호소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법인세 인상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2015년 대기업 및 중견기업 2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시 응답기업의 75.5%가 ‘경제활력 감소로 간접적으로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답했다. ‘투자 의사결정에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답한 비율도 17%에 달했다.

한국의 법인세 의존도가 유달리 높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경연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대비 법인세수 비율은 OECD 27개국 중 6위다. 전체세수 중 법인세수 비중만 놓고보면 일본에 이어 2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근로소득자의 38.9%는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는 등 세금 불평등이 심하다.

무엇보다 이 같은 법인세 인상은 국제 기조에도 맞지 않다. 한경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법인세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7개국 중 10번째로 높다. 2010년 관련 순위가 23위 였지만 10년 사이에 13계단 껑충 뛴 셈이다. 특히 OECD 회원국 중 미국, 일본, 영국 등 21개국이 지난 10년간 법인세율을 인하한 반면, 한국을 비롯한 8개국만 법인세율을 높였다. /세종=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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