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되는 사업 접고 인력 줄이고...기업 생존게임

삼성·LG 등 구조조정 잰걸음
롯데는 젊은 직원까지 명퇴 대상
신성장사업 M&A도 뒤따를듯

기업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를 대비해 생존경쟁 차원에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비수익 사업을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 조정’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울러 올해 인사에서 임원 수를 20%가량 대폭 줄이거나 젊은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원 구조 조정’도 병행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매서운 한파가 몰아칠 조짐”이라며 위기감이 팽배하다.

27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LG·한화 등 대기업들이 내년 상반기에 비수익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 30년간 주요 수출 효자였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서 내년 상반기 철수하기로 했으며 LG도 정리를 저울질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글로벌 LCD 시장에서 삼성과 LG는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LCD 장비를 매각하기 위해 복수 업체와 협상하고 있다”며 “내년 2월 최종 매각 대상자를 결정한 후 3월 폐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그룹도 LCD 사업을 축소하고 고부가 제품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 구조를 전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현대제철은 연간 100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컬러 강판 사업을 중단하고 현재 라인 설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는 비인도적 무기로 평가되는 분산탄 사업을 떼어냈다. 친환경 태양광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 등 선진국이 분산탄 사업에 비우호적인 시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CJ그룹도 장기적으로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으로 그룹 주력 사업을 재편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생존 차원에서 기업들이 사업 구조 조정에 들어간 것”이라며 “앞으로 한계 사업을 정리하면서 신성장 동력 분야에 대한 인수합병(M&A)이 뒤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원 감축, 연봉 삭감도 뚜렷하다. 실적이 악화된 롯데그룹은 전체 임원의 20%를 줄였으며 일부 계열사에서는 과장급을 대상으로도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 관계자는 “이전에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강도 높은 변화”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한항공은 전 직원의 62%가 순환 휴직에 들어갔으며 임원 임금은 최대 50% 삭감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전 직원이 2주씩 돌아가며 무급 휴직 중이다. 여행 업계 1위인 하나투어는 2,300여 명인 전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 무급 휴직에 들어갔다./한재영·한동희·박민주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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