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군은 서울대어린이병원에 입원해 심장이식을 기다렸다. 운 좋게 2010년 11월 20일 비슷한 또래의 심장 공여자(뇌사자)가 나타나 수술대에 올랐다. 당시 A군의 체중은 14㎏. 이 정도 체격의 뇌사자는 1년에 몇 명 없는데다 부모가 심장 공여를 반대하는 경우도 적잖다. 그래서 1년을 기다려도 이식을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3세 때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심장이식을 받고 10년 동안 건강하게 성장한 A군이 자신을 수술한 임홍국 소아흉부외과교수, 수술 후 면역거부반응 등 관리를 담당한 김기범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대어린이병원
최근에는 이식할 심장이 없으면 심실보조장치를 장기간 쓰게 되는데 감염·혈전이 생기는 문제를 피할 수 없다. 혈전이 안 생기게 항응고 치료도 해야 하는데 심하게 하면 뇌출혈이 생길 수 있다.
A군은 수술 후 상태·나이 등에 따라 면역억제제 복용량 등을 조절하며 맞춤 치료를 받았다. 심장이식을 받으면 평생 면역거부반응과 혈전·고지혈증 등을 억제하는 약을 평생 먹어야 한다. 특히 면역억제제는 콩팥을 상하게 하거나 암 등에 걸리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생존·연명 차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A군은 이런 문제 없이 키 179㎝에 체중 75㎏의 씩씩한 소년으로 성장했다. 또래 학생들보다 덩치가 큰 편이고 일상생활과 운동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 수술 10년이 지난 이달 20일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 소아흉부외과 외래진료와 심장초음파 검사를 받았는데 심장 기능도 안정적이었다. 이식받았던 작은 심장은 성인 심장 만큼 커졌다.
A군은 장기 생존에 성공한 첫 소아 심장이식 환자다. 그의 사례는 심장이식이 필요한 많은 소아 환아에게 희망이 되고 있다. A군을 수술했던 임홍국 소아흉부외과 교수는 “당시 팔뚝만한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줘 대견하고 정말 뿌듯하다”며 “소아 심장이식 수술에 두려움을 갖는 부모님과 환아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심장근육이 정상적으로 수축·이완하지 못해 심장이식을 받아야 하는 아기가 공여자를 찾지 못하면 체외형 좌심실보조장치(LVAD)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의료진이 아기의 혈액에 혈전이 생겼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아기는 심장 기능이 회복돼 이 장치를 떼고 퇴원했다. /사진제공=세브란스병원
해외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심장이식 환자(성인 포함)의 1년 생존율은 80%, 3년 생존율은 70~75%, 10년 생존율은 50% 정도다. 체중 10㎏대 유아의 심장이식은 30~40㎏ 이상 소아청소년이나 성인에 비해 횟수도 적고 난이도도 높은 편이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시행된 소아 심장이식은 모두 196건이다. 대부분이 30㎏ 이상 소아청소년 환자다.
A군 수술 후 맞춤 치료를 진행한 김기범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서울대어린이병원의 소아 심장이식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현재 중환자실에 입원 중인 6세 소아도 비슷한 또래의 심장 기증자가 없어 심실보조장치로 연명하고 있는데 A군의 사례가 소아 장기 기증 활성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군의 아버지는 “어린 아들이 큰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부모로서 너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다”며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 서울대병원 의료진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