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셋집’에 실망한 시장…가격 뛰는데 정부는 자화자찬

서울 송파구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종합부동산세 개정 내용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빌라와 호텔을 공공전세로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전세시장 안정화 계획에 시장은 실망의 목소리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가공인통계인 한국감정원 뿐 아니라 민간 통계들에서도 세입자들의 매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여전히 정책 효과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아파트 수준의 품질 좋은 주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성원 국토부 1차관은 최근 “주거안정 지원방안의 차질없는 이행을 위해 민·관의 모든 역량을 결집 시킬 필요가 있다”며 “입지여건이 양호한 지역에 아파트 수준의 품질 좋은 주택 공급을 확대해 단기 수급불안을 해소하고 전세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빌라·호텔 전셋집에 실망하는 시장>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전주대비 상승 폭이 확대된 0.08%를 기록했다. 재건축과 일반 아파트가 각각 0.06%와 0.08%씩 상승했다. 이 밖에 경기·인천이 0.10%, 신도시가 0.16% 올랐다. 수도권 전세시장은 매물 품귀가 지속하면서 서울이 0.21% 올랐다. 경기·인천과 신도시는 각각 0.13%, 0.17% 상승했다.


우선 서울은 직주 근접과 학군이 좋은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전환이 이뤄지는 분위기다. 지역별로는 Δ 송파(0.17%) Δ 용산(0.15%) Δ 노원(0.12%) Δ 양천(0.12%) Δ 강서(0.11%) 등의 순으로 매매가가 올랐다. 신도시는 수도권 남부지역 중심으로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김포시의 조정대상지역 지정에 따른 풍선효과로 인근 일산이 상승했다. 지역별로는 Δ 판교(0.30%) Δ 일산(0.29%) Δ 평촌(0.19%) Δ 광교(0.19%) Δ 위례(0.16%) Δ 분당(0.15%) 순으로 올랐다. 서울 전세시장은 역세권과 대단지를 중심으로 수요가 유입되는 모습이다.


<감정원 통계도 전세대책 효과 없어>

한국감정원 통계도 비슷하다. 지난 11월 19일 규제 지역에서 제외된 경기도 파주시가 이번 주 역대 최고 아파트 값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파트 전세가도 고공 행진을 이어가면서 정부가 내놓은 ‘11·19 대책’이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지 못하고 풍선 효과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번 주 파주시 아파트 값 상승률은 1.06%를 기록했다. 지난주(0.78%)보다 0.4%포인트가량 올랐다. 파주의 주간 상승률이 1%대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파주와 김포는 수도권 대부분을 규제 지역으로 묶은 6·17 대책을 피해가며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왔다. 전세가는 정부의 전세 대책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를 지속했다. 이번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 상승률은 지난주와 동일한 0.30%를 유지했다. 서울도 전주에 이어 0.15%의 변동률을 기록하며 ‘74주째 상승’이라는 기록을 세웠고 경기는 지난주 0.27%에서 이번 주 0.28%로 상승 폭을 키웠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지난 19일 전세대책에서 정부가 단기에 전세형 임대주택을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대부분 아파트가 아닌 다세대나 오피스텔 공급으로 예상돼 실망감과 매물 품귀에 지친 세입자들의 매수전환이 지속 되는 분위기”라며 “서울 접근성이 좋고 집값이 저렴한 경기 김포, 고양, 남양주 등을 비롯해 주거환경이 좋은 신도시에 수요가 유입되면서 분당, 일산, 광교 등에서 지난주보다 매매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세난이 빠르게 해소되지 못한다면 매수전환이 이어지면서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양지윤·진동영기자 y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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