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A 기업의 임원 B씨는 최근 업무상 술을 한잔하고 대리 기사를 호출했다. 도착한 대리 기사를 보자마자 함께 일하던 후배였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급여가 줄며 생활고로 내몰리자 대리 기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투 잡’을 뛰는 직원은 그 후배뿐만이 아니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A 기업이 생산량이 크게 줄자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했기 때문이다. 직원들은 잔업 특근마저 사라지자 퇴근 이후 쿠팡 물류 센터나 대리 기사, 건설 현장, 배달 업체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하고 있다. 그들은 아침 7시에 출근해 오후 3시 30분께 퇴근한 뒤 제2의 일터로 나간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자 기업들은 인원 감축, 순환 휴업, 임금 삭감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특히 임원들은 매일이 살얼음판이다. 일종의 계약직인 임원들은 고액 연봉으로 희망퇴직, 정리 해고 대상 1순위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 업계는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히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일부 항공사들은 정부의 고용 유지 지원금을 받아 직원들의 유급 휴직을 지원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다음 달이면 끝나 앞길이 막막하다. 대한항공(003490)은 지난 4월부터 전 직원 중 62%가 순환 휴직에 들어갔고 임원들은 30~50%의 임금을 삭감했다. 아시아나항공(020560) 역시 전 직원들이 2주씩 돌아가며 무급 휴직 중이며 임원들은 임금의 60%를 반납하고 있다. 항공사들은 내규로 인해 ‘투 잡’이 금지돼 있다. 이에 따라 항공사 임직원들은 저축했던 돈을 사용하거나 대출 등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쌍용차(003620)는 임금동결을 주요 내용으로 올해 임금 단체협약을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타결하는 등 노사가 힘을 모았지만 유동성 위기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쌍용차는 비핵심 자산 매각과 직원들의 임금 및 복지 축소를 병행하고 있다. 노조와 협의해 연간 최대 1,000억 원의 인건비를 축소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두 차례 내놨다. △생산성 격려금(PI), 생산 격려금 반납 △연차 지급률 150%→100% 축소 △임원 수 축소 및 급여 절감 등이 주요 골자다.
여행 업계도 줄도산이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2,300여 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4개월간 완전 무급 휴직을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대규모 감원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앞서 업계 2·3위인 모두투어와 노랑풍선은 무급 휴직 시행과 지방 사무소 폐쇄 조치를 내렸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