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50m 앞 무인텔, 미성년자도 손쉽게 ‘프리패스’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중 10대 비율 증가세
성인 인증 확인 절차 없이 결제·입장 가능
범죄장소 악용 우려...출입 관리대책 시급

서울 서대문구 한 무인모텔의 무인 키오스크 결제화면. 미성년자의 출입금지를 공지하면서 책임을 손님에게 떠넘기고 있다./허진기자

미성년자까지도 성 착취의 대상으로 삼은 ‘박사방’ 사건으로 국민적 공분이 들끓던 올해 상반기 지방의 한 도시에서 중학생 3명이 또래 여학생 4명을 상대로 성폭행과 가혹행위를 저지른 뒤 영상까지 촬영한 사건이 발생했다. 어린 나이에도 대범하고 잔혹한 범행이 이뤄진 곳은 무인모텔. 미성년자는 이성 간 혼숙이 금지돼있지만 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업주와 당국의 허술한 관리로 사각지대에 놓인 무인모텔이 청소년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자의 무인모텔 출입을 막을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형사정책연구원과 여성가족부가 2015~2018년 신상정보가 등록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들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자 비중은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18년의 경우 미성년 가해자 비중이 3년 동안 3%포인트 넘게 상승한 18.0%로 20%에 근접했다. 범죄가 발생한 장소별로는 무인모텔이 포함된 숙박업소가 4년간 꾸준히 8% 안팎의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 지난 28일 서울경제 취재진이 찾은 서울 서대문구의 I무인모텔은 관리자와 마주치지 않고도 정문 출입부터 방 예약, 입장까지 가능했다. 무인 키오스크 안내문 등을 통해 ‘미성년자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한다’고 경고했지만 현실적으로 미성년자를 걸러내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더욱이 해당 무인모텔은 인근 중학교에서 약 150m 남짓한 거리에 위치해 있다. 현행 ‘교육환경보호법’에 따르면 학교 주변 직선거리 200m 이내로 지정된 상대보호구역에는 모텔을 운영할 수 없지만 지역위원회의 예외적 승인을 받으면 가능하다. 유해시설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보호구역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허술한 관리 감독도 한몫하고 있다. 관내 숙박업소에 대한 현장감독 권한을 가진 지자체는 현행법에 따라 주로 청결·위생·안전 관리에 방점을 찍고 있다. 민원·상황에 따라 단속방침을 달리한다지만 미성년자의 무인모텔 출입에 대한 점검은 사실상 손 놓고 있다. 관내에 80여개의 숙박업소를 둔 서대문구청의 한 관계자는 “사실 무인모텔을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이는 경찰에서 단속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역시 사전 점검과 예방보다는 사건 발생 후 처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숙박업소들을 대상으로 사전 점검도 했지만 지금은 다른 곳에 집중하고 있다”며 “신고가 접수되면 112 신고 처리절차에 따라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무인 숙박업소가 늘고 있는 만큼 미성년자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 관련 범죄로 이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옥식 청소년폭력연구소 소장은 “무인모텔이 가출청소년들에게 취약한 장소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예견돼왔다”며 “숙박업소 업주는 결제 전 성인인증을 거칠 수 있는 기술적 장치를 마련하고 당국은 업소의 위생·청결 외에 청소년 보호에 초점을 맞춘 단속과 점검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진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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