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 업체 대표 A(48)씨는 최근 경기 용인의 한 골프장에서 낭패를 봤다. 파3홀 티잉구역에서 클럽을 교체하려 목재 계단을 이용해 카트 쪽으로 내려가던 중 서너 계단을 남기고 미끄러져 양발이 허공에 들린 채 넘어진 것. 천만다행으로 머리와 허리는 계단 모서리에 부딪히지 않았지만, 바닥을 짚는 바람에 오른쪽 손목뼈에 금이 가 완쾌까지 3개월이 걸린다는 진단을 받았다.
찬 바람에도 골퍼들의 열정은 식을 줄 모르지만 겨울 골프장은 다른 계절에 비해 안전사고의 위험이 크다. 추운 날씨에 마음은 급해지는 반면 반사신경과 판단력은 둔해진다. 안전하고 건강한 겨울철 라운드를 위한 사고와 부상 방지 요령을 알아본다.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안전사고는 A씨의 경우와 같은 낙상 사고다. 나무 계단이나 비탈진 곳을 다닐 때에는 자세를 낮추고 발을 끌지 말아야 한다. 골프화 바닥의 플라스틱 스파이크는 사물의 표면에 생긴 얇은 얼음 막이나 서리에도 잘 미끄러진다. 아울러 코스 어느 곳에서든지 뒷걸음은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 쉬우므로 절대 금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속에 방역수칙 준수도 안전 라운드를 위해 필수다. 찬 바람을 막기 위해 카트의 비닐 막을 내리면 밀폐되기 때문에 카트 내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자제해야 한다. 라운드 후에는 간단히 샤워만 하고, 식사 모임은 삼가는 것이 현명하다.
타구 사고의 위험도 겨울에는 훨씬 커진다. 동반자가 아직 샷을 하지 않았는데 추위를 이기기 위해 먼저 앞서 걸어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타구 사고 예방책은 샷을 하는 사람의 정면과 후방에 이르는 180도 범위에서 뒤쪽으로 벗어나 서 있는 것이다. 볼을 치는 사람도 치기 전에 동반자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린과 지면이 얼어 볼이 튈 수 있기 때문에 앞 팀과의 안전거리도 충분히 둬야 한다.
부상 방지를 위한 몸풀기도 필수다. 티 오프 하기 15분 전에는 바깥에 나와 찬 기온에 적응을 한다. 스트레칭으로 목과 허리, 어깨, 팔꿈치, 무릎, 손목과 발목을 충분히 풀어준다. 첫 홀 티샷 전에 등에 땀이 날 정도로 빠르게 걷는 것도 예열에 도움이 된다. 체온 유지를 위해서는 한 벌의 두꺼운 옷보다 열을 지켜주고 습기는 방출하는 기능성 소재의 얇은 옷을 여러 벌 겹쳐 입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뇌심혈관계 질환이 있는 골퍼는 가능한 한 겨울철 라운드를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볼을 줍기 위해 얼음이 언 연못에 들어가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카트를 타고 이동할 때는 안전 손잡이를 양손으로 꼭 잡아야 한다. 겨울철에는 손이 시리다는 이유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다가 급회전 구간에서 카트 밖으로 떨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 골프장은 이용객에게 다양한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방지 대책을 마련하는 책무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