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인재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왜'라는 질문 끊임없이 던지고 답해
AI가 대체불가한 창의적 사고 필수
알고리즘 활용한 실무 역량 키우고
'AI는 경쟁자' 아닌 동반자 인식을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2016년 바둑 ‘알파고’의 등장 이후 전 산업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AI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조차도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AI 로봇이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할 것이라는 생각은 먼 미래의 이야기다. 인간의 의사 결정을 도와줄 수는 있지만 AI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AI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공포와 환상은 버려야 한다.

현재의 AI는 바둑처럼 특정 분야에서 활용성이 높다. 영상 의학 분야에서는 이미 암을 포함한 다양한 질병을 진단하는 데 이를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AI 의사인 왓슨은 의학 교과서와 전문 서적, 논문에 대한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왓슨을 설치한 전 세계 병원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가능한 치료 방안을 의사에게 추천한다.

AI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며 인간이 하던 일을 빠르게 대체해 나가고 있다. 결국 많은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임은 틀림없다. 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어떤 능력을 갖춰야 할까.

1970년대 AI 개발 초창기의 AI 학자인 한스 모라벡의 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인간에게 쉬운 일은 컴퓨터에 어렵고, 반대로 인간에게 어려운 일은 컴퓨터에 쉽다.” 인간과 기계의 차이, 즉 서로의 강점을 이해해야 한다. 인간이 잘하는 것과 기계가 잘하는 것이 서로 다르다고 하는 것에 착안해 보자. 인간은 기계가 잘하는 부분을 활용하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체스나 바둑은 AI가 쉽게 따라 할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걷거나 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간이 무의식중에 하는 듣기·걷기·보기·인식하기 등의 감정이나 맥락을 읽는 능력은 인간이 아주 오랜 시간의 진화를 통해 발전한 것으로 인간의 영역에 있다. 이렇듯 AI와 차별화되는 인간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AI 시대에 가져야 할 첫 번째 능력은 창의 역량이다. AI가 대신할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능력이지만 스스로 문제를 찾고 해결하는 것은 AI가 할 수 없다. 그래서 AI에 일을 시킬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그것은 문제를 찾고 정리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 근본적이고 깊이 있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결국 ‘왜(Why)’를 찾는 노력이다. 이는 창의적인 사고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질문을 던지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기업에서도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하는 것은 ‘왜’에서 출발한다. 소비자는 왜 구매해야 하는가. 그것은 소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가. 이 제품은 어느 시장에 적합한가. 이런 고민의 결과물로 만들어진 제품은 시장에서 인정받게 된다.

둘째, 입증된 AI 알고리즘을 실제 활용해 성과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즉, 실무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AI 적용 능력을 키우는 일이다. 생산·의료·유통 등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경영, 미술, 음악 작곡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AI는 툴이고 플랫폼이다. 복잡한 알고리즘 개발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AI를 잘 활용하려면 코딩 능력을 필수로 갖춰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상상과 생각을 컴퓨터에 전달해야 하는데 코딩은 컴퓨터에 일을 시키기 위한 언어다. AI는 파이선 언어를 사용한다. AI는 공대생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음대생은 이를 작곡에 쓸 수 있고, 동양철학과 학생은 고문서에 쓰인 어려운 문장을 해독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끝으로 AI를 경쟁자가 아닌 동반자로 보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AI 시대에서의 인재는 더욱 인간적이어야 한다. 인간만이 가진 깊은 사유에서 창의성을 찾을 수 있다. 또 일자리를 빼앗는 경쟁자로서의 AI가 아닌, 가까운 친구로 여겨야 한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이 백상논단 필진으로 합류합니다. 신 총장은 성균관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공과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지능시스템연구소장, 대학평의회 의장, 성균융합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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