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중 감염경로 불명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휴일인 29일 오전 서울 강서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 오승현기자
정부가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5단계로 상향하는 대신 강력한 ‘핀셋 방역’을 시작한다. 그간 집단감염의 온상이 된 수도권 지역의 사우나·헬스장·학원 등의 운영을 중단하고 연말연시 젊은 층의 파티 등 모임을 모두 금지한다. 비수도권 지역의 거리 두기는 1.5단계로 상향하는 한편 일부 지역의 특정 시설에 대해서는 수도권에 준하는 수준의 방역 조치를 적용한다.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로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 방안’ 관련 사안을 논의하고 이같이 밝혔다. 중대본은 “코로나19 유행이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 결과 환자 발생이 계속 증가 추이에 있지만 지역적 발생 편차가 크고 거리 두기 효과가 이번 주부터 나타나는 점, 의료 체계 여력이 확보되는 점 등을 고려해 수도권은 거리 두기 2단계를 유지하되 특정 장소에 대해 방역을 강화하고 비수도권은 1.5단계로 상향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당초 ‘전국 2단계 상향’ 혹은 ‘수도권 2.5단계 상향’이라는 예상을 깨고 현재 거리 두기 수준을 유지한 채 ‘핀셋 방역’이라는 새로운 방안을 택한 것은 최근 확진자 발생 동향이 주로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젊은 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후 전국으로 전파되는 양상이 두드러지는 것. 실제로 환자 발생 연령별 분포에서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60세 이상 고령층 환자 비율이 20% 내외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의료 체계에 대한 부담이 이전에 비해 줄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확진자의 7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데다 지역적으로 편차가 크다는 점도 고려됐다. 이런 이유로 중앙부처·지자체·생활방역위원회와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결과 수도권에서는 이번 주까지 지켜보며 단계 상향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관리가 다소 미흡한 젊은 층의 위험 활동을 별도로 관리하겠다고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우선 수도권에서는 오는 다음 달 1일 0시, 수도권 2단계 조치가 종료되는 시점부터 최근 집단감염이 발생했거나 위험도가 높은 시설에 대해 핀셋 방역을 적용한다. 정부는 최근 사우나와 에어로빅 학원 등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했고 이러한 시설이 청장년층의 활동과 겹치는 점을 고려해 목욕장업, 실내 체육 시설, 학원·교습소의 방역 조치를 강화한다. 목욕장업은 현재 2단계에서 이용 인원을 제한하고 취식을 금지했으나 바뀐 방안에서는 사우나·한증막 시설(발한실) 운영 중단 조치가 추가된다. 1일부터는 일반 헬스장에서 줌바·태보·스피닝·에어로빅·스텝·킥복싱 등 격렬한 GX류 시설에 대해 집합 금지를 적용한다. 학원이나 교습소·문화센터에서 진행하는 관악기 및 노래 교습은 비말 발생 가능성이 높고 학생과 강사의 마스크 착용이 어렵기 때문에 역시 운영 금지다. 여기에는 성악·국악·실용음악·노래교실 등 학원·교습소·문화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교습을 모두 포함한다. 다만 다가오는 대학 입시 일정을 고려해 대학 입시를 위한 교습은 이 같은 조처에서 제외된다. 또한 아파트·공동주택 단지 내의 헬스장·사우나·카페·독서실 등 복합 편의 시설도 운영이 중단된다.
나아가 정부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한 감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호텔·파티룸·게스트하우스 등 숙박 시설에서 주관하는 연말연시 행사나 파티 등도 모두 금지한다. 정부는 이 외에도 개인이 다양한 형태로 개최하는 파티에 대한 추가적인 방역 대책을 관계 부처 간 협의를 통해 검토할 계획이다. 또한 정부는 “수도권 주민은 모든 모임·약속을 자제하고 10인 이상이 모이는 회식·동창회·동호회 등 사적 모임은 취소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지역은 다음 달 1일부터 14일까지 모든 권역을 1.5단계로 상향 조정하되 지역 상황에 따라 지자체별 2단계 상향 및 업종·시설별 방역 조치 강화를 적극 시행한다. 현재 대구 경북권과 제주권 등은 1.5단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등 지역별로 편차가 큰 게 사실이다. 중대본은 “2단계 상향 시 비수도권 유흥 시설 2만 5,000여 개, 식당·카페 47만 여 개, 노래연습장 1만 4,000여 개, 실내 체육 시설 2만 8,000여 개 등 60만~70만 여 개 시설이 운영을 중단하게 된다”며 이 같은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부산광역시, 강원도 영서지역, 경상남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등은 지역사회 유행이 지속적으로 확산 중이기 때문에 지역 전체 또는 유행이 집중된 지역에 대해 거리 두기 2단계 상향을 적극 추진한다. 지역적 위험도를 고려해 1.5단계를 시행하는 지역도 사우나 등에서 음식 섭취 금지 등 2단계의 방역 수칙을 추가적으로 의무화하고 2단계로 상향한 지역의 경우 격렬한 GX류 실내 체육 시설 집합 금지, 목욕장업 운영 중단 등 수도권에 적용하는 방역 강화 조치를 함께 시행한다.
중대본 측은 “거리 두기 단계를 계속 격상해 시설·활동을 제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모임·약속을 취소하는 등 자발적으로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며 “국민들이 방역 조치에 협력하지 않거나, 지나친 피로감을 느낄 경우 거리 두기의 효과는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들께서 모임·약속을 취소하고, 밀폐된 실내 다중 이용 시설 방문을 자제하는 한편, 증상이 있을 경우에는 신속한 진단 검사를 반드시 받아달라”고 당부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