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29일 낮 12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다. 사진은 주교단 강복./사진제공=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당신이 천주교인이오?(1846년 8월26일 옥중 서한 중)’
김대건(1821~1846) 신부가 관아에서 옥중 취조 때 받았던 질문이다. 한국의 첫 천주교 사제인 김 신부는 1846년 선교사들을 입국시키기 위해 황해도 연안으로 파견됐다가 관아에 체포된다. 이를 계기로 천주교인 탄압인 병오박해가 시작됐고, 당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해 천주교인 9명이 순교했다. 이후 김 신부는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100년 만인 1984년 성인(聖人)으로 추대됐다.
내년은 한국의 첫 가톨릭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김 신부 탄생 200주년을 맞아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를 주제로 지난 29일부터 내년 11월27일까지를 ‘성(聖)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禧年·Jubilee)’으로 선포했다. 희년은 교회 역사상 중요한 사건의 50년 또는 100년 단위로 기념하는 행사다. 김 신부는 2021년 유네스코 세계 기념 인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 시작을 알리는 개막 미사가 29일 낮 12시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봉헌됐다. 이날 미사에서 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주교는 “희년을 보내면서 모든 교우들이 순교 영성을 본받아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의 가치가 더욱 깊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며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우리 신앙 선조들은 차별이 엄격하던 신분 사회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며 평등사상을 실천함으로써 이 세상에 하느님 나라를 세우고 복음을 전파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전했다.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포스터./사진제공=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이날 희년을 축하하는 다양한 메시지도 전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명의로 된 강복 메시지에서 “교황께서는 이 뜻깊은 기념을 통해 한국 교회의 생활과 사명을 위한 풍성한 영적 열매가 맺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천주교 신자인 문재인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올해 코로나의 도전을 받으며 김대건 신부님의 유산은 크나큰 힘으로 실천됐다”면서 “김 신부님의 정신을 올곧게 실천해온 한국 가톨릭교회의 실천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한해였다”고 전했다.
기념 미사를 시작으로 1년 동안 다양한 행사도 전개된다. 대표적으로 성인 탄생지 솔뫼성지에서 이뤄지는 기념 미사와 수원교구 학술 대회, 전국 교구 주교좌성당에서 진행되는 폐막 미사 등이 있다. 중간에는 김 신부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서울대교구의 ‘김대건 신부 치명(致命) 순교길 도보 순례’와 대전교구의 ‘내포 도보 성지 순례’, 수원교구의 ‘청년 김대건 순례길 스탬프 투어’도 이어진다.
한국조폐공사 기념 메달 전달./사진제공=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은 특별기획전인 ‘오랜 기다림, 영원한 동행’을 통해 조선 최초 유학생으로서 그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는 자리를 만들고, 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이 홍보위원회와 서울가톨릭연극협회는 김 신부의 일대기가 담긴 거리극 ‘그 길을 따라서’를 공연한다. 또 한국조폐공사는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과 유네스코 세계기념인물 선정을 기념한 메달을 제작해 선착순으로 판매한다.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