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아시아나 '운명의 날'

■KCGI 가처분訴 1일 판결 전망
기각되면 항공 빅딜 급물살...한진 경영권 분쟁도 일단락
인용되면 양사 생존 불투명...산은도 질책 피하기 어려워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제주항공(089590)(44대)을 훌쩍 뛰어넘는다.


양사의 통합 작업이 마무리되면 중복 노선과 인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중복 노선은 양사 전체의 42% 수준이다.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도 사실상 종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3자 연합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에게 참패한 뒤 꾸준히 지분을 확보하며 내년 3월 정기 주총에서 재기를 노린다. 현재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41.4%, 주주 연합은 46.71%이지만 산은 지분 10%가 더해질 경우 조 회장의 우호 지분은 절반에 육박하고 3자 연합의 지분율은 떨어진다.

◇가처분 인용 시 통합 무산…산은 책임론도=법원이 주주 연합의 손을 들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무산돼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2조 원 정도의 유동성이 필요하다. 아시아나항공도 내년에 적게는 5,000억 원, 많게는 1조 7,000억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 연말까지 자금 확충을 하지 못하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고, 이에 따라 조기 트리거가 발생해 채무불이행 사태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말 무상감자에 이어 산업은행의 출자 전환 등 사실상 국유화의 길로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단 주요 자산 매각 등 허리띠 졸라매기로 생존을 도모해야 한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재점화도 정해진 수순이다. KCGI는 현재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개최를 요구했다. 안건은 이사 수 확대와 정관 변경의 건. 이사회가 임시 주총을 거부해 시간을 끌더라도 내년 3월 예정된 정기 주총은 피해갈 수 없다. 정관 변경과 기존 이사 해임은 주총 특별결의 사항이어서 통과가 어렵지만 보통결의 사항인 이사 수 확대는 과반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한 주주 연합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있다.

산은은 책임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번 합병에 ‘직’을 걸었다”며 한진그룹에 파격적인 지원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항공사의 합병이 무산된 데 이어 양사의 생존마저 불투명해짐에 따라 산은은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시진·김능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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