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가스전
생산 종료를 눈앞에 둔 동해 가스전이 국내 최초로 대규모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해 가스전은 지난 2004년 생산을 시작해 한국을 최초로 ‘산유국’ 반열에 오르게 한 데 이어 탄소 중립 달성 지원이라는 임무를 맡게 됐다.
30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공사는 오는 2022년 6월 생산이 종료되는 동해-1·2 가스전의 지하 빈 공간을 이산화탄소 저장 공간으로 활용하는 탄소 포집·저장(CCS)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 대규모 CCS 공간으로 활용되는 것은 동해 가스전이 처음이다. 2004년 7월 생산 개시 이후 지난해 기준 하루 평균 천연가스 2,800만 입방피트, 초경질 원유 445배럴을 뽑아낸 동해 가스전은 생산이 끝나면 탄소 저장 플랜트로 활용될 예정이다. 석유공사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가스를 다 캐낸 지하 공간에 포집해 저장하게 된다. 석유공사의 한 관계자는 “인근 산업 단지에서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석유공사는 향후 30년 동안 매년 40만 톤, 총 1,2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세계 각국은 내년 발효 예정인 ‘신기후체제’ 파리 협약에 따라 탄소 저감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석탄 화력발전은 줄이는 등 주로 발전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체 탄소 배출량 3분의 2를 차지하는 운송과 중공업, 건물 난방 등에서 쏟아져 나오는 탄소는 여전히 속수무책인 것이다. 이에 따라 CCS 등 공기 중에 뿜어져 나온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 개발이 시급해진 실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CCS는 2050년까지 세계 탄소의 10%를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단일 기술로는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가 가장 높은 것이다.
이에 따라 선진국을 중심으로 CCS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노르웨이는 CCS 기술 개발을 선도하며 지난 20년 동안 이산화탄소 총 2,000만 톤 이상을 지중(地中) 저장해 왔다. 미국은 2009년 국립탄소포집센터(NCCC)를 설립하고 2025년까지 이산화탄소 1톤당 최대 45달러까지 비용을 낮추는 ‘2세대 포집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도 각각 CCS 실증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 CCS 기술력은 현재 세계 최고인 미국의 80%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 이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처음으로 24일 이산화탄소 포집·저장에 활용을 망라한 CCUS 기술 실증·상용화 로드맵 수립에 착수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아직 CCS 기술 비용이 높아 민간 기업이 쉽게 진행하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충분한 저장 공간 확보 역시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조양준기자 mryesandn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