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추진해온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LINC+)’사업에 참여한 국내 주요 대학들이 일명 ‘문제중심학습(PBL)’방식 등의 혁신 교육방식으로 성과를 내면서 그 원류와 선진국들의 적용현황에도 관심이 모이고 있다.
PBL은 1969년대 캐나다 맥마스터(MacMaster) 의과대학이 처음 개발한 교수법이다. 교수는 학생들에게 실제 환자의 사례를 제시하면서 정형화된 치료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학생들이 4명 가량의 소그룹으로 팀을 이뤄 스스로 해법을 찾도록 유도했다. 학생들이 토론과 자료조사 등을 통해 해결법을 제시하면 교수는 이를 평가하고 이론을 가르쳤다. 정해진 정답을 찾는 게 상황에 맞게 새로운 답을 학생이 스스로 모색하는 수업이다. 전통적인 의학 수업에서 가르치는 지식이 임상 현장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됐다. PBL은 이후 의료계에 점진적으로 확산돼 현재 미국 내 의대중 80% 이상에서 도입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BL은 의료분야를 넘어 경제·경영학, 공학, 수학, 사회과학, 교육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특히 급변하는 기술 및 경영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인재 양성을 필요로 하는 산학협력 분야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과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를 비롯한 주요 신흥국 대학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1만4,000여명의 재학생을 둔 싱가포르의 리퍼블릭 폴리테크닉대학이 대표적 사례다. 한때 우리나라처럼 주입식·암기식 교육 체계를 유지해온 싱가포르 교육부는 1990년대부터는 이 같은 틀을 깨고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개혁에 나섰다. 그런 차원에서 2002년 리퍼블릭 폴리테크닉대학을 설립했다. 이 대학은 개교할 때부터 모든 단과대학에서 PBL방식 수업을 적용했다. 특히 ‘하루, 한 문제(One-Day,One-Problem) 프로그램’이라는 PBL식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 수업프로그램에서 재학생은 4~5명씩 한 팀을 이뤄 그날 수업에서 교수로부터 제시받은 경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당일에 도출해야 한다. 해당 수업은 ‘팀 단위의 문제 분석 토론(약 1시간)→문제 해결을 위한 이론탐구 및 토의(약 90분)→휴식 및 리포트 작성(약 2시간)→ 해결책 발표 및 피드백·토론→교수의 이론 강의(약 1시간)→도출된 해법의 일상생활 적용 방안에 대한 에세이 형식의 성찰일지(reflection journal) 제출’의 순서로 진행된다. 학생들은 해당 성찰일지를 당일 자정까지 교수에게 제출함으로써 매일 한 가지씩의 기업 관련 문제를 푸는 실전적 경험을 하게 된다. 이 대학 재학생들은 학교가 섭외한 기업들에서 3학년 1학기 동안 인턴십으로 현장 경험을 쌓는다. 3학년 2학기에는 재학생들이 4~5명씩 팀을 이뤄 기업이 실제로 고민 중인 현안들에 대한 과제를 부여 받고 해법을 위한 제안서를 제출한다. 졸업 자격을 최종 평가하는 과정에는 교수진 뿐 아니라 경영 현안 문제해결을 의뢰한 기업의 담당 부서장도 참여한다.
미국에선 단순히 학점 중심이 강의를 벗어나 학생들의 실용적 전문지식과 기술능력을 평가하는 데 초점을 두는 ‘역량기반교육(CBE)’방식을 채택하는 대학들이 늘고 있는데 그런 차원에서 PBL이 주요 수업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명문대로 꼽히는 퍼듀대, 위스콘신주립대, 미시간대 등이다. 이들 대학은 CBE프로그램에 PBL을 통합하고 있다. 또한 오하이오주립대학은 경영학석사(MBA)과정에 PBL을 활용하고 있다. 재학생은 2년간의 MBA과정 동안 기업의 거시적인 경영문제 사례 8가지를 풀어야 한다. 미국 뉴욕의 명문사립대인 페이스대학과 테네시주립대학도 MBA과정의 핵심 교육프로그램으로 PBL을 도입하고 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