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문제를 놓고 재개발 조합과 갈등을 빚어온 서울 성북구 장위동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명도 집행이 시작된 26일 경찰이 외부인의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진입로를 막고 있다. 서울북부지법 집행 인력이 교회 시설 등에 대한 강제집행에 나섰으나 신도 등 40여 명이 교회 안에서 화염병을 던지며 강하게 반발해 집행이 무산됐다./연합뉴스
재개발 조합과 강제 철거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가 철거 보상금 명목으로 법원에 맡겨진 공탁금 약 84억 원을 모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상 보상금을 거부하고 점거 농성을 벌이는 경우 공탁금에 손대지 않던 전례에 비춰볼 때 교회 측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단독]10년 전부터 불법건축물...알박기 논란 ‘전광훈 교회’의 그늘)
1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재개발 조합이 지난해 사랑제일교회의 땅과 건물 보상금으로 법원에 공탁한 금액은 총 84억 6,000만여 원이다. 지난 9월 성북구청과 서울축산산업협동조합은 이 중 55억 6,280만여 원을 출금해간 것으로 확인됐다. 성북구청은 사랑제일교회가 구청의 사용 승인 없이 불법 증축에 나서자 2010년부터 매년 억대의 강제 이행금을 부과했지만 교회 측은 10년 가까이 납부를 거부해왔다. 그러자 구청은 그동안 쌓인 11억 8,200만여 원의 강제 이행금을 법원에 맡겨진 공탁금에서 가져갔다. 나머지 43억 8,023만 원의 금액을 출금한 것으로 추정되는 서울축산산업협동조합 측은 교회와의 채무 관계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교회는 이후 남은 금액 중 27억 9,800만여 원을 총 네 차례에 걸쳐 출금해 현재 1억 원만이 잔액으로 있다. 하지만 이 1억 원도 앞서 조합이 땅과 건물을 점거하고 있는 교회 측을 상대로 두 차례의 강제집행을 시도하면서 발생한 비용을 가압류한 것으로 사실상 묶여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재개발 조합 측은 “보상금이 적다고 하면서 공탁금을 사용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명도 소송에서 이미 조합이 승소한 만큼 강제집행에 대한 정당성만 커진 셈”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회 측은 “공탁금은 우리가 요구하는 금액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니 어차피 우리 것”이라며 “그동안 우리가 제안한 협상금 밑으로는 협상할 생각도, 철수할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교회는 조합에 보상금 157억 원을 포함한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조합은 ‘대토 보상 등 실제 보상액은 300억 원에 이른다’며 거절했다.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통상 철거를 거부한 채 점거 농성을 할 때 법원에 맡겨진 공탁금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보상금을 거부한다는 의미로 점거를 시작한 것인데 법원의 공탁금을 찾아 쓴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모순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