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봉 전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감독이 지난 7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에 출석해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해 소명을 마친 후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가혹 행위에 연루된 가해자들이 구속 기소된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체육계 일부에서는 그릇된 인식이 여전히 뿌리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체육계에 따르면 최 선수와 한솥밥을 먹었던 대구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소속 A 선수는 계약 만료 한 달여 전인 지난달 수년 동안 몸담았던 소속팀으로부터 사실상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소속팀은 지난 수년간 좋은 성적을 냈던 A 선수에게 사전 예고도 없이 동호인 수준의 재계약서를 내밀었다. 기존에 받던 연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사실상 팀을 떠나라는 얘기였다. A 선수는 가혹행위 혐의로 검찰이 최근 징역 9년을 구형한 김규봉 전 감독이 재직했던 경주시청팀에서 뛴 경력이 있다.
대구시청은 연봉 삭감에 대해 팀을 남자 선수 위주로 재편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지난해보다 예산이 줄었으니 여성 선수들의 연봉 액을 삭감하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시 체육회 관계자는 “이번에 예산 문제로 팀을 재편하면서 남성 팀에 조금 더 비중을 두기로 했다”고 말했다. ‘왜 여성 선수의 연봉 총액만 삭감하느냐’는 물음에는 “팀의 운영 방침상 이유 때문”이라고 답했다.
늘 꾸준한 성적을 올렸던 A 선수는 매년 소속 팀에서 먼저 재계약 제안을 해왔지만 최 선수 사건이 터진 올해 돌연 이런 일을 겪자 체육계의 뿌리 깊은 성차별 의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 그는 재계약 과정에서 단순 연봉 문제 외에도 감독으로부터 충격적인 말을 전해 들었다고 전했다. ‘경주시청에서 있었던 일처럼 여자 선수들은 문제도 많고 탈도 많다’는 체육회의 의중을 감독을 통해 전해 듣게 된 것이다. 그는 “최 선수 사건이 불거지고 언론에서 관련 뉴스로 시끄럽고 하니 트라이애슬론 여성 선수들을 데리고 있으면 불이익이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 선수 사건으로 사회적 논란이 일던 지난 8월 대구시체육회의 한 고위관계자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최 선수 사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체육회의 한 고위 관계자는 상담을 명목으로 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여성 선수들을 불러 모아 “설마 감독이 그렇게까지 말하고 행동했겠느냐”면서 A 선수에게 “네가 거기 있었으니 사실인지 한 번 이야기해보라”고 요구했다. 실제 가혹 행위를 직접 겪었던 A 선수는 난색을 보였다. 이후 대구시 민원 게시판에는 상담 당시 오갔던 대화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관련자의 사과를 요구하는 요청이 올라왔지만 관련자들은 형식적인 답변 외 별다른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허진기자 hj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