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금융협회(IIF)의 지난 11월 속보치를 인용해 지난달 신흥국 시장에 765억 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고 보도했다. 주식시장에 398억 달러, 채권시장에 367억 달러의 자금이 들어갔다. 지역별로 보면 인도와 중국에 각각 80억 달러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됐다. 닛케이는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가 늘었다”면서 “정세가 불안정한 남아프리카나 터키까지 돈이 흘러들어 갔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는 지난달 9%나 올랐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미국 블랙록이 운용하는 신흥국 주식 상장지수펀드(ETF)에는 지난달에만 16억 달러가 순유입됐다.
올 초만 해도 코로나19 확산과 글로벌 침체 우려로 신흥국 시장에서는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올해 가장 유출 규모가 컸던 3월의 경우 900억 달러가 순유출됐다.
하지만 최근 화이자·모더나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는 동시에 미 대선 이후 정권 교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원자재 시장도 들썩이면서 신흥국 강세 기조가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유·구리 등 글로벌 경기와 연관성이 높은 상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자원 수출에 의존적인 개발도상국들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 약세도 ‘신흥국 랠리’에 한몫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강력한 양적 완화를 지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으며 오는 15~16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는 추가 양적 완화를 검토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이언 룸은 “신흥국 통화는 글로벌 경기가 양호한 상태에서 더욱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데이브 그레섹 아스피리언트 매니징 디렉터는 미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값싼 신흥국 주식이 7~10년 동안 호조를 보일 것”이라며 자산 배분 관점에서 미국보다 해외 투자가 유리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아시아 신흥국 주식이 더 많이 뛸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대만 증시를 유망 신흥국으로 선정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