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두더지 잡기식 부동산 규제에 매달리면 해법 없다

주택 시장 규제 지역을 읍면동 단위까지 ‘핀셋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될 듯하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주택법 개정안에 ‘시군구 또는 읍면동 단위 등 최소한의 범위로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 지역을 지정할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주택법 63조에 ‘최소한의 범위’라고만 규정됐는데 이를 구체화한 것이다.


소지역 단위로 규제하면 형평성 있는 규제가 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런데도 규제에 매달려온 문재인 정부가 이 같은 법을 집행한다고 생각하면 우려부터 앞선다. 과열지구를 정밀 타격해 집값을 잡는 효과를 내려다 외려 전국 구석구석까지 풍선 효과를 퍼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작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24번이나 부동산 대책을 내놓고도 집값 폭등과 전세 대란을 촉발한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봐왔다. 임대차 3법도 본래 목적대로 세입자의 주거 불안을 해소해주기는커녕 되레 전월세 가격 급등과 전세 매물 부족 사태를 초래해 많은 서민들을 전세 난민으로 내몰았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1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64주 연속,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74주 연속 상승했다. 전국 아파트 월세 상승률도 11월 0.28%로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과 수도권 집값에 국한됐던 풍선 효과가 몇 달 새 전국의 전월세로까지 번졌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준 교훈은 어설픈 규제는 공급 부족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라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는 ‘두더지 잡기’ 식 땜질 처방을 접고 수요에 부응해 질 좋고 가격이 적정한 집을 충분히 공급하는 정책으로 돌아가야 한다. 오기의 정치로 시장을 이기려다가 ‘시장의 역습’을 당해 서민들이 눈물을 흘리게 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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