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싸움을 하고 9일 밤낮을 걸은 이탈리아 남성의 사연을 전한 현지 매체 홈페이지 캡처.
부부싸움 뒤의 절망감에 400㎞ 넘게 걸은 한 이탈리아 남성의 이야기가 화제다. 48세의 이 남성은 부부싸움을 한 뒤 홧김에 집을 나서 9일 밤낮을 걸었다.
지난 1일(현지시간) 새벽 아드리아해에 면한 이탈리아 마르케주 파노 지역 도로. 순찰 중이던 경찰은 한 남성이 걷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남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내려진 야간 통행금지령을 어기고 밤길을 걷고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남성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다소 얇은 옷을 입어 추위에 떠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경찰관은 야간 통금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하고자 남성의 신원을 확인하다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 남성의 집은 이탈리아 북무 롬바르디아 코모 지역이고 지난달 22일 부부싸움을 하고서 무작정 집을 나섰다는 것이었다.
홧김에 시작된 이 도보 여정은 9일 간 밤낮으로 계속됐다. 코모에서 파노까지의 거리는 421㎞, 서울에서 제주도까지의 거리(454㎞)에 조금 못 미친다.
걷고 또 걸었다. 음식은 길을 가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부탁해 얻었다. 수중에 가진 돈이 없었다.
이 남성은 경찰에 발견됐을 당시 실종 신고가 돼 있는 상태였다. 남성의 부인은 남편이 싸우고 집을 나간 뒤 귀가하지 않자 걱정이 된 나머지 실종 신고를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이 남성을 일단 호텔로 안내한 뒤 부인에게 남편을 데려가라고 알렸다.
이 남성은 야간 통행금지령 위반으로 400유로(약 53만 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하지만 경찰은 위반 경위를 참작해 일단 부과 통지를 보류한 상태라고 한다.
흔치 않은 이 남성의 스토리는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궜다. 미국 배우 톰 행크스가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달리고 또 달린 것을 빗대 ‘이탈리아의 포레스트 검프’라고 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분노의 감정을 이런 방식으로 푸는 것은 오히려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며 야간 통행금지 위반 과태료 부과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고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2일 전했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