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부채 300조 급증, 나랏돈이 정권 쌈짓돈인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일 한 방송에서 “국가 채무가 늘어나는 여건에서도 재정의 역할을 강화해줘야 한다는 의미에서 100조 원 정도의 적자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558조 원으로 증액 편성함으로써 총 109조 원 규모의 국채 발행이 불가피해졌음을 설명하며 “재정 여력상 충분히 흡수 가능하고 감당 가능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급속한 나랏빚 증가를 우려하면서 국가 채무 비율 급증을 제어할 비책을 내놓아야 할 경제 사령탑이 외려 빚잔치에 앞장서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채무 증가 속도는 이미 통제 불능 수준이다. 여야가 선심성 퍼주기를 위해 예산안 증액 야합을 하는 바람에 내년 국가 채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47.3%인 956조 원으로 증가한다. 2017년 660조 2,000억 원이었던 국가 채무가 4년 만에 300조 원 가까이 불어나게 되는 것이다. 현 정권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에는 나랏빚이 1,000조 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설상가상으로 기획재정부는 올해 네 번의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두 번의 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재정 준칙까지 느슨하게 만들어버렸다.

그러니 문재인 정권이 선거 승리와 정권 유지를 위해 돈 쓸 궁리부터 하는 것이다.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가덕도신공항 카드를 불쑥 꺼내 든 것도 국고를 선거에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제1야당도 포퓰리즘에 가세해 내년 예산안을 삭감하지 않고 증액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여야 지도부와 실세들은 이 과정에서 지역구 사업을 위한 예산을 막판에 끼워 넣는 구태를 연출했다. 기어이 나랏돈을 쌈짓돈처럼 쓰다가 자녀 세대에 거덜 난 나라 곳간을 물려줄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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