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0일 아침 자택에서 체포된 지미 라이 빈과일보 사주의 모습. 그는 12일 보석으로 일단 풀려났지만 여파로 홍콩 증시가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민주화운동의 얼굴인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차우가 불법집회 선동 등의 혐의로 실형 선고를 받은 데 이어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사주 지미 라이(73)가 사기혐의로 수감됐다.
홍콩 공영방송 RTHK와 빈과일보는 3일 사기혐의로 기소된 라이에 대해 법원이 보석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라이가 다음 공판이 열리는 내년 4월 16일까지 수감된다고 보도했다. 앞서 라이는 사기혐의와 관련해 빈과일보의 모회사인 넥스트디지털의 경영진 2명과 함께 전날 오후 경찰서에 출석했다가 기소돼 그자리에서 수감됐다.
이날 홍콩 웨스트카오룽 치안법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검찰 측은 라이가 최근 수년간 해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으며 국내에 연고가 없어 도주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원은 경영진 2명에 대해서는 보석을 허가했다.
빈과일보에 따르면 이들이 유죄가 확정되면 최고 14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앞서 홍콩경찰은 지난 10월 15일 라이의 개인 사무실을 불시에 단속해 서류들을 압수해갔다. 이와 관련해 빈과일보는 이들 3명이 정관오에 있는 넥스트디지털 본사 사무실을 임대계약 당시 허가받은 목적 이외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라이 등이 이 사무실에서 반중 세력을 지원하는 자금을 결제하는 등의 혐의를 받는다는 설명이다. 검찰 측은 이들 3명에 대해 라이가 소유한 다른 회사가 넥스트디지털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20년 이상 2,000만홍콩달러의 임대료를 절감하는 데 협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사기혐의를 적용했지만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고 밝혔다. 라이는 이와 별도로 지난 8월에도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 석방된 바 있다. 그는 홍콩보안법 중 외세와 결탁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유죄가 선고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전날 징역 10월형을 선고받은 차우도 지난 8월 라이와 같은 날 같은 혐의로 체포됐다가 보석 석방됐으며, 역시 유죄가 확정되면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와 함께 홍콩 경찰은 전날 사법방해와 공격용 무기인 레이저 포인터 소지 혐의로 홍콩 침례대학 학생회 대표 케이스 퐁(22)도 체포했다.
퐁은 작년에도 같은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홍콩 케이블방송 ‘아이케이블’(i-Cable)은 지난 1일 보도국에서 40명을 정리해고해 홍콩 언론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방송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 탓이라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은 중국의 인권문제 등을 탐사 취재하던 팀이 통째로 해고통보를 받은 점 등을 들어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사의 조치에 항의해 일부 기자들도 동반 사직서를 제출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홍콩기자협회가 최근 진행한 설문에서 응답자의 87%가 홍콩보안법으로 언론의 자유가 “심각하게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개인적인 신변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홍콩 범민주화 대표 인물들에 대한 당국의 옥죄기가 본격화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0월말 현재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로 총 29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장덕진 인턴기자 jdj132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