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당국의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며 1,100원 선이 위태롭자 이 총재는 지난달 26일 “환율 하락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른 만큼 이런 움직임을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며 쏠림에 대한 우려가 있을 경우 적극적으로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하지만 이 총재의 구두 개입 당일에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원 30전 떨어진 1,104원 60전에 거래를 마쳤고 일주일 후에는 1,100원 선이 힘없이 무너졌다. 이 총재에 일주일 앞서 홍 부총리도 지난달 19일 “지난 2개월간 원화는 세계 주요 통화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절상됐으며 과도한 환율 변동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정부는 비상한 경계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역시 외환시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 됐다.
외환 당국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세가 원화의 강세 요인도 있지만 글로벌 달러 약세에 기반한 것인 만큼 시장 개입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최근 외환보유액을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지난달 말 기준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4,363억 8,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99억 달러가량 늘었는데 이 같은 증가 폭은 10년 만에 최대다. 시장의 한 관계자는 “당국이 환율 하락세를 막기 위해 달러 매입을 늘린 것도 외환보유액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 당국이 이처럼 미세 조정으로 시장에 개입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것은 내년 1월 20일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환율 조작국’으로 낙인찍힐 가능성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적극 추진하며 약달러를 용인하는 분위기에 이를 뒤집는 조치가 눈에 띄면 초반부터 한미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의 한 관계자는 “시장 개입 조치는 부담이 크고,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손철기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