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엔지니어링의 알제리 스킥다 정유 플랜트 현장./사진제공=삼성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028050)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글로벌 대형 플랜트 계약을 잇달아 성사하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치를 키우고 있다. 특히 백신 개발에 따라 글로벌 경제 정상화와 유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미뤄져 왔던 플랜트 발주가 더 늘어날 수 있어 내년 전망은 더욱 밝다는 분석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달 30일 말레이시아 사라왁(Sarawak)에서 대형 메탄올 플랜트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계약했다. 설계부터 조달, 공사까지 모두 도맡아 수행하는 EPC(설계·조달·시공) 계약으로 수주 금액만 약 1조 2,000억원(10억7,000만 달러)에 이른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0월 말에도 멕시코에서 도스보카스 정유 플랜트의 EPC 수주에 성공했다. 앞서 진행한 기본설계 등까지 포함하면 수주금액이 총 4조 5,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계약이다. 두 건의 대형 플랜트 공사를 따냄으로써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약 17조 원의 수주 잔고를 확보하게 됐다. 2014년 이후 최대치이며 2019년과 비교해도 2조 8,000억 원이 증가한 규모다.
증권가는 삼성엔지니어링이 코로나 사태에 따른 저유가로 글로벌 플랜트 시장이 주춤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이유를 기본설계(FEED) 경쟁력에서 찾고 있다. 플랜트 사업은 보통 △FEED △EPC(설계·조달·시공) △시운전 단계로 진행되는데 이때 FEED는 플랜트의 전체적인 틀을 정하고 설계와 견적의 기초를 설정하는 밑그림 작업을 의미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지금까지의 수주 성과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근 FEED 업무까지 영역을 확대했으며 이를 통해 EPC 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해 계약 체결이라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최근 두 건의 계약은 모두 FEED 수행을 통해 EPC까지 체결한 연계 수주였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FEED-EPC 연계 수주를 통해 경기 변동에도 안정적인 수주 확보가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해나가고 있다”며 “올해 실적을 통해 수익성이 검증되었고 신규 수주 추이를 감안할 때 2021년부터 실적 개선세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FEED는 수익성이 높은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FEED-EPC 연계 수주를 달성할 경우 EPC 수행에서도 생산성이 증가하는 등 수익성을 높일 여지가 많다. 실제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3·4분기 매출액 1조6,031억원, 영업이익 1,001억원을 기록했는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2.0%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0.3% 늘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800억 원)를 훌쩍 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회사는 올해 4월에도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Shell)의 자회사로부터 가스 프로젝트 FEED를 수주한 상황이다. 앞으로도 FEED 안건을 발굴해 성과를 이어가겠다는 포부다.
증권가는 코로나 사태가 종료돼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삼성엔지니어링의 내년 실적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우디, 중동 등 발주 국가의 상황이 개선돼 미뤄뒀던 화공 플랜트 발주가 재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 4일 배럴당 46달러를 돌파했다. 김열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들어 국제 유가는 10% 이상 상승했고 팬데믹 완화 시 화공 플랜트 부문이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며 “입찰 완료 후 계약을 기다리고 있는 사우디 자푸라 가스(12억 달러), 상업입찰 마무리 단계인 UAE 헤일앤가샤(45억 달러) 등의 내년 상반기 수주가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회사는 글로벌 탈화석연료 트렌드 속에서 비화공 플랜트에 대한 경쟁력도 착실히 쌓아가는 중이다. 지난달 17일 두산솔루스의 ‘헝가리 전지박 제2공장 증설 공사’를 수주했으며 국내에서도 지난 10월 7,800억원 규모의 바이오 플랜트를 수주했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유가 하락으로 화공 부문의 손실이 있었지만 비화공 부문이 매출과 마진에 크게 기여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공장 증설 등 계열사 연간 수주 역시 3조원 수준으로 안정적 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