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조제 스틸컷=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사랑이었어도, 사랑이 아니었어도 좋다.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날, 생각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겹게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왔던 지난 시절은 아름답다고, 영화 ‘조제’의 여주인공이 처연한 눈빛으로 관객들에게 말한다.
일본 원작 소설과 영화의 인기가 부담스러웠을 법한데도 리메이크작 조제의 타이틀 롤을 맡은 배우 한지민은 “조제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 모험이었다”며 “하지만 배우는 고통스럽고 괴로운, 그 지점이 좋아서 선택을 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영화 ‘조제’에서 조제 역을 맡은 배우 한지민./사진제공=BH엔터테인먼트
오는 10일 개봉을 앞둔 영화 조제는 2004년 개봉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을 김종관 감독이 한국적 색채를 입혀 다시 만든 작품이다. 일본 영화와 마찬가지로, 조제는 닫힌 세상에서 혼자 만의 표현과 생각, 감정에 익숙해진 채 살아가다 한 남자를 만나 서툴게 마음을 열고, 조심스럽게 세상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다.
한지민은 “조제는 매 장면마다 물음표가 생겼던 캐릭터”라며 “화가 났든 슬프든, 명확하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저 눈빛이나 잔잔한 표정에 담아야 했다. 또 한 번의 성장통을 겪게 해 준 영화”라고 전했다.
원작과 비교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차별점이 분명히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한지민은 “원작은 두 남녀가 만나 사랑하고, 이별하는 이야기를 자세히 담았다면 이 영화는 사랑하는 과정에 집중했다”며 “헤어진 이유를 알려주기보다는 사람과 사람의 만남, 두 사람이 변하는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영화 조제 스틸컷=사진제공=워너브라더스코리아
그는 완성된 영화를 세 번 봤고, 그 때마다 다른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눈물도 흘렸다. 한지민은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서 이 영화는 가공되지 않은, 민낯 같은 이야기”라며 “사람과 사람이 만나 사랑이 됐든, 아니었든 간에 그 순간 겪는 감정들을 소박하지만 잔잔하게 담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조금은 느리지만 그렇기에 좀 더 인물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주죠. 영화를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을 거예요.”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