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중립을 급격하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연기관차 퇴출 등 급진적인 정책이 현실화할 수 있고 이 경우 내연기관 중심으로 짜인 자동차 부품 생태계가 붕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전략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대통령 직속 위원회인 국가기후환경회의는 지난달 오는 2035년 내연기관 차량 판매 금지 정책을 정부에 권고했다.
7일 발표된 탄소 중립 추진 전략에는 현재 내연기관 차량 중심의 수송 체계를 친환경차 중심 생태계로 바꾸고 이를 통해 소재·부품 등 전후방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정작 자동차 생태계의 중심축 중 하나인 소재·부품 업체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다 죽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국은 외국계 완성차 브랜드가 한국 사업을 유지하는 이유로 완벽한 부품 생태계를 꼽을 정도로 내연기관 부품 경쟁력이 우수하지만 그만큼 친환경차 전환에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 부품 업체 중 양산 단계까지 친환경차 전환을 이루고 수익이 발생하는 회사는 전체의 17.8%에 불과하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부품 업체들이 미래차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기존 내연기관차 분야에서 수익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상에 치우친 정책보다는 현실적인 미래차 전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번 추진 전략에서 2,800개 내연기관차 부품 업체 종사자 25만 명의 피해 발생이 예상된다며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산업을 재편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부품 업체들은 “현재도 정부의 자금 지원 정책이 있지만 쓸모가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 조사에서 미래차 R&D 재원으로 정부 정책 자금을 가장 먼저 활용한다고 답한 업체는 6.2%에 불과했다. 협회 관계자는 “미래차 관련 정부 지원 사업은 조건이 까다롭고 지급 규모가 작아 이용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강건용 한국자동차공학회장은 “2040년이 돼도 신차 판매의 절반은 내연기관차가 차지할 것이라는 게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의 전망”이라며 “피나는 노력을 통해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내연기관차 부품 경쟁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완성차 업체들도 탄소 중립 추진 계획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도로에서 운행 중인 기존 내연기관차가 사라지는 시간이 수십 년 이상 걸릴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를 고려하지 않은 채 2050년으로 시점을 못 박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신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