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 사내벤처로 출범한 워터제네시스 이세현 대표(오른쪽 첫 번째)와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조지원 기자
지난 4일 한국수자원공사 대전 본사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K-water 스타트업 허브’는 벤처·스타트 업들의 신사업 아이디어가 만발했다. 수자원공사가 2018년 설립한 스타트업 허브는 공사내 사내 벤처뿐 아니라 신생 업체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도맡아 회의실 뿐 아니라 신기술 개발 및 시험까지 가능한 공간들이 마련됐다.
수자원공사의 지원을 통해 사내벤처로 출발한 워터제네시스의 이세현 대표와 직원들도 이날 머리를 맞대고 회의가 한창이었다. 워터제네시스는 잔류염소 소독 방식으로 8초 만에 텀블러를 세척하는 개인 텀블러 자동살균 세척기 ‘클린 지니’를 생산하고 있다. 클린지니는 화학 약품이나 첨가물 없이 전기분해 방식으로 물 속 염소 이온을 살균력을 띠게 해 빠르고 깨끗하게 텀블러를 세척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 위생을 챙기면서 일회용품 사용까지 줄여줘 인기를 끌고 있다.
클린 지니’는 이 대표가 수자원공사에서 중소기업지원관으로 일하며 쌓은 경험이 초석이 됐다. 평소 물 사업에 관심이 많았던 이 대표는 수자원공사에서 일하며 얻은 잔류염소 소독 등의 지식을 창업에 활용하겠다는 포부를 밝히자 수공은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53년 동안 물 산업에서 최고의 기술 노하우를 축적한 수자원공사는 물 분야 인프라와 유·무형 자산을 이용해 워터제네시스 같은 창업과 중소·벤처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한 해만 수공은 중소·벤처기업 393개사를 지원해 일자리 4,300개를 창출했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창업지원사업인 예비 창업패키지, 초기 창업패키지, 창업 도약 주관기관으로도 선정돼 물 산업 관련 창업 전(全)주기에 거쳐 지원체계도 완성한 상태다. 벤처나 스타트 업이 개발한 신기술이 수자원공사의 업무인 물 관리 디지털화에도 도움을 줘 자연스럽게 사내 혁신과 경쟁력 강화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대전 한국수자원공사 연구원 스타트업 허브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 물산업 혁신창업대전 최종경연을 위한 부트캠프 진행 모습. /사진제공=수자원공사
수자원공사는 2017년 물 산업 육성 전담조직인 ‘물산업 플랫폼센터’를 출범한 후 올 해 이를 ‘물산업 혁신처’로 조직을 확대했다. 혁신처는 보유 기술과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민간 기업에 이전하고, 기술연구가 필요한 기업에 맞춤형 연구도 지원하고 있다. 기술 개발 방향을 제시한 뒤 물 관리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수자원공사의 지원으로 창업 성공담이 하나 둘 늘면서 비영리기관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가 최근 벤처기업들을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창업 지원에 가장 적극적인 공공 기관 중 하나로 수공이 꼽히기도 했다.
수자원공사는 한 걸음 나아가 2022년까지 중소·벤처기업 400개 육성과 물 산업 일자리 1만 2,000개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물 산업 분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펀드에 1,000억원을 투입한 뒤 중소벤처기업부와 민간 출자금 등을 합쳐 펀드를 3,000억원 규모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공은 이 같은 비전 펀드를 통해 5년내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인 예비 유니콘 5곳을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김수명 수자원공사 미래기술본부장은 “초기 창업자들이 시장이 필요한 기술을 쉽게 출시할 수 있게 물 산업 전문가들과 상시 협업체계를 마련했다” 며 “물산업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는 동시에 물 산업 혁신센터 구축으로 물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조지원기자 j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