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오산면 접산리 들녘에서 농부가 콤바인으로 우리밀을 수확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밀·콩 농가를 각종 지원 사업에서 우대하기로 했다. 국내 식량 소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자급 기반이 취약한 밀·콩의 국내 생산을 대폭 늘리기 위한 조치다.
8일 농식품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밀과 콩 농가에 대한 인센티브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밀 자급률은 0.7%, 콩 자급률은 26.7%였는데 농식품부는 이를 2030년까지 각각 10%, 45%로 높이는 목표를 세우고 다양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국산 밀은 쌀 농가의 벼·밀 이모작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쌀 농가는 벼 재배 시기에 맞춰 밀을 수확하다 보니 밀이 다 익기 전 수확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산 밀의 품질을 떨어뜨리고 국산 밀에 대한 수요가 적어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에 비해 밀과 콩은 재배 시기를 둘러싼 간섭 현상이 덜하기 때문에 밀의 품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농식품부는 국내 식량 자급량을 높일 비책으로 밀·콩 이모작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밀과 콩 전문 생산단지의 출하량 증대를 위해 정부는 종자·시설·재배기술·컨설팅 등의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그러면서 밀 생산단지를 올해 27개소(2,800㏊)에서 2025년 50개소(1만5,000㏊)로, 콩 생산단지를 올해 44개소(4,000㏊)에서 2025년 200개소(1만2,000㏊)로 늘리기로 했다. 밀 정부 보급종의 공급 물량은 올해 600톤에서 2025년 3,230톤으로 늘리고 전문 생산단지에는 50% 할인해 공급한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는 밀·콩의 계약재배 물량을 늘리고 정부 비축량도 확대하기로 했다. 밀과 콩의 계약재배 물량은 내년 각각 4,000톤, 1만1,000톤에서 2025년 1만2,000톤, 3만2,000톤으로 늘린다. 밀·콩 비축량은 올해 각각 3,000톤, 1만7,000톤에서 2022년 1만4,000톤, 2만5,000톤으로, 2025년 각각 3만톤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농식품부는 안정적인 국산 밀의 소비 토대를 구축하는 데도 공을 들이고 있다. 국내 밀 소비량은 늘었지만 밀을 밀가루로 가공하는 장비가 수입산에 맞춰져 곧장 국산으로 대체하긴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일본이 우동면(중력분)에 맞춘 밀을 우선 재배해 자급률을 높인 것처럼 국산 밀의 주력 소비 품목을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국산 콩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가공업체의 국산 콩 사용 실적에 따라 직배물량을 할인 공급하는 등 국산 콩 사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수입 콩 수급관리시스템을 구축해 질이 떨어지는 수입 콩의 국산 둔갑 등 부정 유통에 대한 단속도 강화한다. 농식품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국산 콩 관련 지원 예산은 올해 계획 대비 776억원 늘린 반면 수입 콩 관련 예산은 329억원 가량 줄이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밀 품종·육종 분야에 편중된 연구개발(R&D) 사업을 현장 수요에 맞는 R&D로 전환하면서 이미 확보한 연구 성과를 재배 농가와 업체에 조기 보급하기로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수입 밀보다 다소 비싸더라도 국산 밀에 대한 수요는 분명 존재한다”며 “국산 밀의 품질과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관심을 갖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