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A]백신 '부작용 면책'..."100% 책임 요구시 선구매 못해"

"대다수 제약사 '표준계약서' 형식...비밀유지 협약도 체결"
접종시기, 국내 코로나 상황·해외 동향과 부작용·국민 수요 등 고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연합뉴스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확보 경쟁에 나선 가운데 우리 정부가 최대 4,400만 명분의 백신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

8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 4곳을 통해 약 3,400만 명분의 백신을 선(先) 구매할 방침이다. 앞서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 명분의 백신을 준비한 만큼 우리 국민의 약 88% 물량이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4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선구매 계약을 추진하되, 앞으로 개발되는 백신 동향 등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추가로 필요한 물량은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약사들이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계약 조건으로 ‘부작용 면책’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진 것과 관련해선 “보통 완전하게 완성된 백신을 구매하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 있다”고 수용 의사를 내비쳤다. 다음은 백신 확보 계획과 관련한 복지부, 질병청, 식약처 등 보건당국 관계자들의 설명을 정리한 것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코로나19 백신 도입 계획과 관련해 질의응답 하고 있다./연합뉴스

Q.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구매하는 백신은 얼마나 되나.

▲ 정부는 우선 제약사 4곳을 통해 최대 6,400만 회 분량, 접종자 기준으로 본다면 약 3,400만 명분의 물량을 선구매한다. 제약사별로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가 각 2,000만 회분, 얀센 400만 회분 등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모더나는 2번 접종하는 방식이고 얀센은 1번만 접종한다. 이번에 선구매한 백신은 내년 2·3월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Q. 백신마다 종류가 다르고, 보관 조건, 유효기간 등도 다른데 어떻게 준비하나.

▲ 예를 들어 화이자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은 특성상 영하 70도 또는 80도의 초저온 상태에서 유통돼야 한다. 한 번의 접종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2회 접종해야 하는 점도 있기 때문에 백신 보관은 물론, 백신 물량을 유통하는 ‘콜드체인’ 역시 굉장히 중요하다. 무엇보다 접종이 안전하게 이뤄져야 하므로 관계부처는 물론, 전문가 의견도 수렴해서 백신 특성에 맞는 전략을 세우고 접종을 준비할 것이다.

Q.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 다수가 부작용에 대한 면책을 요구한다고 알려졌는데.

▲ 현재 거론되는 코로나19 백신은 완전히 완성된 제품이 아니다. 각국이 백신 물량을 선구매하는 것은 백신 개발이 실패할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갖는다. 만약 문제가 발생했을 때 100% 기업이 다 책임지라고 요구하면 선구매를 통해 물량을 공급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부분이 보통 완전히 완성된 형태의 백신을 구매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고 이런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


Q. 면책 조항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나.

▲ 대부분의 제약사가 공통으로 적용되는 일종의 ‘표준계약서’ 형식으로 선구매를 진행하고 있다. 면책 등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은 계약의 세부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에 따라 밝히는 게 적절하지 않다. 보통 계약 추진 과정에서는 상호 간 비밀유지 협약을 체결한다. 가격을 비롯해 구체적인 내용을 서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와도 거의 공통 적용된다.

Q. 백신을 선구매한 만큼 국내에 들어오면 바로 맞을 수 있는 것인가.

▲ 일단 백신 도입은 내년 1분기부터 진행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다만 백신 물량을 국내에 공급한 이후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이 먼저이다. 백신을 접종하는 시기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탄력적으로 정해질 것 같다. 아직 백신 개발이 완료되지 않았고 안전성·효과성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는 만큼 국내 코로나19 상황, 외국의 접종 동향 및 부작용 여부, 국민 수요 등을 고려해 결정할 방침이다.

Q. 만약 개발 중인 백신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개발이 중단되면 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나.

▲ 원칙적으로 선구매 분은 개발 실패에 대한 위험을 안고 들어가는 계약이다. 개발이 실패하더라도 계약금이나 제품 대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다만 제약사와의 개별 계약에 따라 ‘실패한 경우, (비용 등을) 돌려줄 수 있다’는 조항이 들어간다면 받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코백스’에만 선구매를 위한 금액을 납부했으나, 개별 기업과의 협상 과정에선 선급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Q. 러시아에서도 코로나19 백신을 자체 개발하고 있는데 혹시 계약이 진행되는 게 있나.

▲ 러시아 백신과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되거나 진행된 부분은 없다. 계약이 검토된 부분도 없으며 러시아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무료로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은 바도 없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 등 오늘 발표한 4곳과 선구매 계약을 진행하는 것 외에도 정부는 추후 개발되는 백신 현황을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경우 추가로 구매하는 부분은 검토할 계획이다.

Q. 다른 국가들은 앞다퉈 백신 물량을 확보했는데 늦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정부는 지난 6월 말부터 관계부처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백신 도입 특별전담팀(TF)’을 구성하고 백신 선구매를 위한 협의를 해왔다. 안전성·효과성이 좋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는 신중하게 협상을 진행해왔다. 임상 시험 과정에서 일부 백신은 사망 사고도 있었던 만큼 더욱 유심히 살펴보고 구매해도 좋을지 내부 검토를 추가로 하는 과정도 거쳤다. ‘꼼꼼한’ 검토 절차를 거치는 과정이었다고 이해해줬으면 한다.

/지웅배 인턴기자 sedati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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